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미·중 무역전쟁 속 아시아 국가들의 생존 전략

트럼프 관세 협상에서 승부카드로 떠오른 LNG와 안보 협력
자동차·농업 분야는 문화적 장벽으로 협상 난항 예상
아시아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돼지고기에 더 개방적일 수 있지만, 미국 자동차와 쌀은 강력한 문화적 장벽에 부딪힐 것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아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돼지고기에 더 개방적일 수 있지만, 미국 자동차와 쌀은 강력한 문화적 장벽에 부딪힐 것이다.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호혜적' 관세 부과 위협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각국은 협상 카드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안보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와 농업 등 문화적 차이가 큰 분야에서는 양보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협상의 향방이 주목된다고 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LNG 수입 확대, 아시아의 핵심 협상 카드로 부상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90일간 관세 위협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7월 9일 마감 시한 전에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인도, 한국, 일본이 협상 이행 측면에서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이미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한국, 인도와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다. 원자재 컨설팅 회사 ICIS의 LNG 시장 분석가 알렉스 프롤리는 "아시아에서 향후 LNG 수요 증가가 많이 예상된다"며 "아시아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산 LNG를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 확대를 상호 이익이 명백한 협상 카드로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해상 가스의 주요 구매자이며, 필리핀과 베트남은 2023년부터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태국도 국내 가스 생산 감소와 미얀마 공급 감소에 따라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대신 액화석유가스, 원유, 휘발유 구매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의 440억 달러 규모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논의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과 아마도 한국, 대만이 자금을 제공하는" 잠재적인 "대형 에너지 거래"를 언급하며 이것이 관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는 4월 중순 무역 회담의 일환으로 알래스카 방문을 조율 중이며, 대만의 국영 석유기업 CPC는 지난 3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와 LNG 개발 및 구매를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아시아로의 운송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의 LNG 수출 시설은 대부분 멕시코만에 위치해 있어 운송업체들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거나 아프리카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최대 전력 생산업체 JERA는 이 프로젝트가 "유망한 조달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분야, 문화적 차이로 협상 난항 예상

반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협상 여지가 제한적이다.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의 거리에 미국 차가 없는 문제를 지적하며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2024년 미국과의 자동차 무역에서 48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일본 자동차 시장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은 충돌 테스트 등 안전 규제 완화와 서류 간소화, 검사 면제 등 특혜 대상 수입 차량 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소비자 선호도 차이로 인해 실제 수입 증가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한다.

마루베니 연구소 소장이자 미국 전문가인 이마무라 다카시는 "일본의 좁은 거리에서 크고 강력한 미국 자동차 운전은 어렵다"며 "트럼프의 불만은 전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분야도 문화적 장벽 존재


농업 분야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쌀에 "700%" 관세를 부과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쌀, 대두, 옥수수의 무관세 수입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과 한국은 이미 미국산 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이다.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국 2위, 한국은 4위로, 두 나라를 합치면 미국 전체 쌀 수출량의 20%를 차지한다.

또한, 두 나라는 미국산 돼지고기 주요 수입국으로 각각 2위와 3위다. 쇠고기의 경우 일본, 한국, 대만을 합치면 미국 수출의 47%를 차지하며, 밀 수출에서도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가 모두 상위 10대 수출국에 포함돼 미국 전체 수출의 41%를 차지한다.

싱가포르 노무라 연구소의 컨설팅 부서 책임자인 케이스케 사노는 "아시아는 이미 대두, 밀, 옥수수 같은 농산물 수입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제로 할 수 있는 곳에서는 상당히 많이 개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밀과 같은 농산물을 아시아에 더 많이 판매하려면 쌀 중심의 아시아 식문화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과 안보 협력도 주요 이슈로 부상


한국은 세계 2위의 조선 강국으로서 이번 협상에서 조선 산업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조선 산업 부활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현대중공업과 미국 군용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는 지난 4월 상업 및 방위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존 페란 미국 해군 장관은 일본 방위상과 만나 미국 조선산업 협력을 요청했다.

안보 비용 분담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는 미·일 안보조약이 일방적이라며 주일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일본이 관세와 "군사적 지원 비용"을 협상하러 왔다고 언급했다. 비록 나중에 군사 문제는 무역과 별개라고 말했지만,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바가지를 썼다"며 불만을 표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에 따라 미국산 장비 수입도 협정의 일부가 될 전망이다. 대만 총통 라이칭테는 4월 초 블룸버그 기고에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추가 무기 조달"을 약속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LNG 수입 확대와 안보 협력 강화라는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자동차와 농업 등 문화적 차이가 큰 분야에서는 양보의 한계가 뚜렷하다. 7월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협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결과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의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