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 완화 기대로 달러 반등세 이어가...달러 지수 100 회복 시도

엔화는 이날 달러 대비 145.50엔까지 낙폭을 키운 뒤 뉴욕 시장 후반 1.7% 하락한 145.45엔에 거래됐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100엔당 988원대로 떨어지며 4월 초 이후 3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엔화 가치 하락을 틈타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힘을 냈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날 뉴욕 시장 초반 100.19까지 상승하며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만에 처음 100선을 회복했다. 지수는 후반 전일 대비 0.72% 상승한 99.99에 거래됐다.
이날 ‘노동절’을 맞아 한국과 유럽 주요 금융시장이 휴장에 돌입한 가운데 거래량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날 일본은행(BOJ)은 미국발 관세 전쟁 영향을 반영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BOJ의 결정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중앙은행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엔화 매도 빌미가 됐다. BOJ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시점을 기존 전망보다 1년 늦춘 2026년 후반으로 제시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미국의 관세가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일본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관세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나오미 무구루마 수석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BOJ의 전망 보고서는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 "이는 금리 인상을 재개하기 전에 미국 관세의 영향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기다리겠다는 의도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엔화는 최근 4개월 연속 달러 대비 상승하며 지난주에는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BOJ의 이날 결정 이후 상승 모멘텀이 크게 꺾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간사이 미라이 은행의 통화 전략가인 이시다 다케시는 "BOJ의 회의가 끝난 뒤에 엔화 매수로 옮겨갈 이유가 거의 없다"면서 "다가오는 미국의 4월 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온다면 일본의 연휴 기간을 앞둔 포지션 조정으로 인해 달러 대비 엔화가 147엔 근방까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달러는 유로 및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상승했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파트너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화 대비 0.5% 하락한 1.1273달러를 기록하며 3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도 달러 대비 0.3% 하락한 1.3293달러에 거래됐다.
TD증권의 자야티 바라드와즈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달러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는데 이는 달러 매도를 재개하는 데 있어 더 좋은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에서 다소 무리수를 뒀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와 연계된 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이날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145% 관세와 관련해 중국 측에 협상을 요청했다"면서, 이는 중국 역시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도 무역 긴장 완화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싯 자문위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국(미국과 중국) 정부 내에서 다양한 비공식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주 중국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