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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에너지 저장 배터리 시장 90% 장악...미국 173% 관세로 한국에 기회

2030년 에너지 저장 시장 760GWh까지 두 배 성장 전망...재생에너지·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에너지 저장시설의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관세로 인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에너지 저장시설의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관세로 인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와 데이터 센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력망 저장용 배터리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주도해 온 중국과 한국 기업 간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지난 28(현지시각) 보도했다.
배터리 컨설팅업체 로 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 급증에 힘입어 중국 배터리는 현재 세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용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80% 이상, 유럽에서는 75%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로 모션은 ESS 시장이 2020년 전체 배터리 시장의 5%에서 지난해 20%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사이 세계 배터리 저장 용량이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컨설팅업체는 지난해 340기가와트시(GWh)였던 세계 저장 용량이 2030년에는 760G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760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로 모션의 연구 책임자인 이올라 휴즈 씨는 "에너지 저장은 종종 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로 여겨진다""그러나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각국이 정전을 겪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SS는 관리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배터리 모듈 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별 가정, 기업, 공장뿐 아니라 국가 전력망이 불규칙한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공급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인공지능(AI) 관련 하드웨어와 전기차, 히트펌프 같은 친환경 기술의 에너지 수요로 인해 부담이 커질 전력망에 예비 전력을 제공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세계 전력 수요가 향후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금부터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의 거의 절반을 AI 관련 수요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와 같은 기업도 이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테슬라는 가정용 '파워월'과 전력망 규모의 '메가팩' 같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급증으로 부진한 전기차 판매를 상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ESS가 들불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미국 관세, 한국에 새 기회...중국 업체들 가격 경쟁력으로 대응


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ESS11%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기 부과한 관세로 인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사실상 155.9%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이 관세는 내년에 173.4%로 인상될 예정이다.

번스타인의 홍콩 에너지 연구를 이끄는 닐 베버리지는 중국과 한국 에너지 저장 기업들의 상반된 운명이 "두 개의 배터리 시장 이야기"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CATL은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일 뿐 아니라 최고의 기술과 가장 높은 공장 가동률을 보유하고 있어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 모션의 연구 책임자 휴즈는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가 중국 제조업체가 선호하는 리튬 철 인산염(LFP)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는 '고니켈' 배터리를 전문으로 하면서 한때 이 분야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니켈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와 더 저렴하고 성능이 향상된 중국산 대체품 등장으로 지난 10년간 LFP 배터리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비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FT"미국의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이 현지 생산 기반을 가진 비중국 기업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휴즈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한국의 고니켈 배터리에 비해 가격 우위, 저렴한 리튬 가격, 배터리 가격을 낮춘 기술 혁신을 감안할 때 150%가 넘는 관세도 견딜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는 킬로와트시당 약 80달러(11만 원)에 판매되는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킬로와트시당 130~140달러(186000~20만 원)에 판매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현재 훨씬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BS의 배터리 애널리스트 팀 부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관세로 인해 "더 작은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들이 리튬 철 인산염(LFP) 배터리를 대규모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부시는 "매우 광범위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이 전력망 규모의 에너지 저장에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ESS 제조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치열한 경쟁으로 낮은 이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럽과 같은 다른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즈는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라며 "중국이 미국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다른 시장에는 저렴한 공급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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