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관세에 가격 경쟁력 상실, 유럽 등 다른 목적지로 구매 전환 가속화
장기 구매 계약에도 '정치적 앙금' 작용, 러시아産 가스관 수입 확대로 수급 안정화
장기 구매 계약에도 '정치적 앙금' 작용, 러시아産 가스관 수입 확대로 수급 안정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산 LNG 대신, 중국 구매자들이 유럽 등 다른 목적지로 구매처를 전환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 기업 케플러(Kpler)의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월 6일 미국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 항에서 출발하여 푸젠성 장저우 시설에 기항한 선박 이후 단 한 건의 미국산 LNG도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선박이 텍사스를 떠난 지 며칠 후,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중국이 미국 수입품에 부과한 보복 관세가 발효되었는데, 여기에는 LNG에 대한 15%의 관세가 포함되어 중국 구매자들이 미국산 초저온 연료를 수입하는 데 상당한 비용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수입 중단 사태는 관세 전쟁이 연료에서부터 마이크로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을 얼마나 심각하게 뒤흔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확립된 무역 패턴이 무너짐에 따라 원자재 및 기타 상품의 운송 경로를 재조정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LNG를 수입하고 있으며, 한때 세계 최대 LNG 공급국이었던 미국의 대중국 LNG 수출 비중은 2024년 전체 수입량의 5.5%를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3%까지 급감하며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무역 및 자산 투자 회사 데이븐포트 에너지 파트너스(Davenport Energy Partners)의 토비 콥슨 회장은 관세의 영향 외에도 중국이 전반적으로 온화한 겨울을 보내면서 LNG 수요 자체가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산업 부문의 수요 역시 "관세가 수요 파괴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완전히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시절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에도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의 대중국 LNG 수출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0.4%에 불과하며 사실상 무역이 중단된 바 있다.
시노펙(Sinopec)과 페트로차이나(PetroChina)와 같은 중국 에너지 대기업들이 미국 LNG 생산업체들과 체결한 장기 구매 계약은 미국의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이러한 벤처 사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장기 구매 약속은 프로젝트 자금 조달의 핵심적인 보증 역할을 했다.
그러나 데이븐포트 에너지 파트너스의 콥슨 회장은 "중국이 이미 다른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 프로젝트와의 새로운 장기 계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단순히 필요해서가 아니다. 필요하지 않지만, 현 미국 행정부에 '코를 찌르고' 있는 것"이라며 미중 간의 정치적 앙금이 장기적인 에너지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또한 중국이 미국산 LNG 수입을 포기하기로 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다른 경제적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마사노리 오다카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중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과 무역 마찰 외에도, 동아시아 운송을 위한 미국산 LNG의 가격 경쟁력 부족과 같은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오다카 애널리스트는 일부 중국 구매자들이 미국에서 구매한 LNG 화물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가스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정이 지난 1월 1일 종료된 이후 가격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수입업자들은 미국 LNG를 아시아로 가져오는 것보다 유럽에 판매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설명하며, 경제적 이익이 정치적 갈등보다 우선시되는 측면을 강조했다.
오카다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러시아를 포함한 이웃 국가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수입한 것이 현지 가스 가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은 모든 LNG가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며,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이 미국산 LNG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에너지 분석 회사 보르텍사(Vortex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에 8300만 톤의 LNG를 수취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약정 물량의 72%만 수입했으며 나머지는 판매되어 다른 곳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르텍사 자료는 또한 중국의 LNG "재장전", 즉 LNG가 중국으로 수입되어 다른 선박에 적재되어 다른 국가로 보내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9개월간의 공백 후, 중국은 국내 수요 둔화에 따라 재장전을 재개한 것이다. 보르텍사의 LNG 책임자인 펠릭스 부스는 이는 중국이 전용권 없이 계약에 따른 화물을 재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