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풍' 속 역행하는 거대 기업들…수십억 달러 베팅하며 中 투자 '정면 돌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 속에서 대다수 다국적 기업들이 관망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거대 기업들이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고 2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22일,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일본의 토요타는 중국 상하이에 렉서스 브랜드의 전기차(EV)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146억 위안(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관세 공세 이후 중국에서 발표된 최대 규모의 신규 외국인 투자 중 하나로, 미·중 무역 갈등의 파고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토요타의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미국이 관세 면제를 대가로 무역 파트너들에게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 이루어져 더욱 의미가 깊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또 다른 거물인 닛산 역시 상하이 모터쇼에서 관세와 불확실성이 글로벌 무역을 뒤흔드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에서 조립된 전기차를 여러 해외 시장에 수출할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또한, 일본 제약 회사인 다이이치 산쿄도 지난 금요일 상하이 푸둥 신구 정부가 다국적 기업들과 함께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10억 위안 규모의 생물의약품 생산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중국 시장 확장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중국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수요일, 링지 중국 상무부 차관은 외국 투자 기업들과 원탁 회의를 주재하여 미국의 관세 인상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및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링 차관은 외국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신뢰를 강화하며,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집단적으로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제조업 부문의 접근 장벽을 제거하는 한편 통신,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부문을 개방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외국인 투자 감소세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지난 3월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만나 더 나은 경영 환경 조성과 세계화 수호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 사업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주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장쑤성과 저장성에 추진하던 리튬 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반된 움직임 속에서 씽크탱크인 상하이 금융법연구소의 니 리밍 부소장은 외국 기업의 존재와 그들의 성공적인 운영이 외부 환경 변화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여 기존 외국 기업을 유지하고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25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2692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2024년 전체로는 27.1%나 급감하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 기업과 홍콩, 마카오, 대만 기업들의 2024년 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에 부소장은 중국이 외국인 직접투자(FDI) 성장률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인바운드 투자가 감소하더라도 중국 경제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여전한 기여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일본 다국적 기업 외에도 세계 최대 화학 회사 중 하나인 독일의 바스프(BASF)도 지난주 상하이 푸둥 신구에 위치한 공장에 전기차 제조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5억 위안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구글과 페이팔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미국의 벤처 캐피털 회사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는 지난주 선전에서 혁신 센터를 새롭게 출범시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이달 초에는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중국 중부 정저우에 급성장하는 중국 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앙 유통 센터 설립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국 시장의 거대한 잠재력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