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이 '밈전쟁'으로 확대... 2.5만 마일 고속철도망 내세워 미국에 도발
트럼프 145% 관세 부과 직후 페이스북에 철도 인프라 비교 이미지 게시
트럼프 145% 관세 부과 직후 페이스북에 철도 인프라 비교 이미지 게시

뉴스위크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14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중국의 현대적 고속철도와 노후한 미국 화물열차를 대비시킨 이미지를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중국 대 미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중국 국기 이모티콘 3개가 함께 첨부됐다.
이번 중국 대사관의 '밈(meme) 외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포괄적 관세를 145%로 인상한 직후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수입품에 대한 세금이다.
중국 대사관이 공개한 이미지는 날렵한 중국 고속철도와 무너진 선로 위에 놓인 오래된 미국 화물열차의 극명한 차이를 부각시켰다. 이에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사용자는 대사관의 행보를 "체리피킹(유리한 정보만 선별)"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사용자는 "우리는 기차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동차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기차 시스템은 끔찍하다"고 동의하는 댓글도 있었으며, "이것이 국가들이 서로 싸워야 하는 방식이다, 밈 전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 중국 고속철도망 2.5만 마일로 세계 최대... 국영철도 부채 9000억 달러 문제도
이번 '밈 외교'는 최근 중국에서 확산되는 미국 비하 콘텐츠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지난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이는 미국 제조업을 회복시키려는 트럼프의 정책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팝을 본뜬 디스 트랙을 공개했다. 이 노래에는 '식료품은 신장을 망가뜨리고, 가스비는 숨쉬기 힘들게 한다'와 같은 가사로 무역전쟁이 일반 미국인에게 미칠 경제적 고통을 예측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2008년 첫 고속철도 노선 개통 이후 현재 약 2만 5000마일(약 4만km)에 달하는 세계 최대 철도망을 구축했다. 이는 다른 모든 국가의 철도 시스템을 합친 길이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철도 및 기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중국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철도 인프라 투자는 국영 중국국영철도그룹(China State Railway Group)에 약 9000억 달러(약 1283조 원)의 부채를 안겼다. 이로 인해 중국 철도 당국은 지난해 여름 주요 노선에서 처음으로 티켓 가격을 인상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최근 외교적 발언으로도 격화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인들이 "중국 농민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들이 생산한 물건을 사겠다고 발언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린 지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대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중국은 주먹 휘두르는 대신 악수하고, 장벽을 세우는 대신 벽을 허물고, 디커플링 대신 연결성의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작은 걸음"이라고 부른 조치로, 칩과 컴퓨터 같은 핵심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최근 관세 인상을 철회하고 지난 3월에 정한 20% 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면제가 아닌 "검토 중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아이디어를 "허황된 꿈"이라고 일축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