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등 75개국에 관세 일시 중단...중국에는 125% 관세 인상하며 강경 기조 유지

10일(현지시각)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으며, 이는 국제 금융시장 안정과 무역협상 시간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10%의 기본 관세와 유럽의 대미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상호주의적' 추가 10% 관세로 구성됐다. 이러한 글로벌 관세 부과는 주식시장 급락과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했던 바 있다.
이번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10%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만 관세율을 125%로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에도 주요 무역 제재 대상이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세 유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EU의 무역 전략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럽은 무역 파트너십을 다각화하는 데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세계 무역의 87%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교류하고 있다"며 사실상 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위기는 불확실성 시기에 단일시장이 우리의 안정성과 회복력의 닻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며 EU 단일시장 내부 무역장벽 해소 노력도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훨씬 강경했다. 그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우리는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가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중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했다.
또한,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단순한 관세 교환을 넘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입지를 강조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산업, 농업, 소비재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이미 승인한 상태다. 해당 품목 목록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지만, 트럼프의 관세 유예 조치로 EU의 보복 조치가 그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소비자, 근로자 및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며 "유럽인들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유예 결정 배경에는 주식시장 급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른바 '호혜적' 관세를 90일 동안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언론에 종사하는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을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S&P 500 지수는 15%까지 급락했으며, 이는 그의 첫 임기에 기록한 68% 상승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이후 주가는 10% 가까이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75개국이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협상을 위해 테이블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즈니스는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데, 무역 전쟁은 그러한 안정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