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 중 철도 운송 협력 강화 약속
동남아, 미국 시장 의존도 감소하며 중국과의 무역 확대 모색
동남아, 미국 시장 의존도 감소하며 중국과의 무역 확대 모색

중국은 오랫동안 자국 남부를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결하는 범아시아 철도망을 구축해 역내 무역을 가속화하려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에 46%, 말레이시아에 24%, 라오스에 49%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지역 국가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 주 푸트라자야에서 열린 회담에서 "철도 운송 및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고 범아시아 철도 비전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인프라 연결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동해안 철도 연결(ECRL)과 같은 핵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시행하며, 철도-해상 운송을 촉진하고, 지역 연결성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ECRL은 말레이시아 전역을 가로지르며 말라카 해협의 심해 항구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육상 노선이다. 약 113억4000만 달러(500억 링깃)가 투입되는 이 665km 철도는 말레이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로, 1900년대 영국 식민지 시절 이후 첫 신규 철도 노선이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 앤서니 로크는 중국 국영 방송 CGTN과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와 다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차이점은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건설할 뿐만 아니라 철도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약속을 통해 말레이시아와 중국은 합작 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이 지역으로 이전하고 더 많은 상품을 운송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철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베트남 중국 국경의 라오까이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하이퐁 항구까지의 노선과 남중국해 연안을 따라 더 짧은 해안 항로를 건설하는 데 합의했다.
베트남 과일 협회(Vinafruit) 사무총장 당 푹 응우옌은 이러한 철도 연결이 베트남 농산물의 중국 시장 진출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철도와 도로는 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제안된 철도 프로젝트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베트남이 중국 시장의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국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전략 컨설팅 및 리서치 회사인 LBB International의 CEO 마르코 티먼은 "말레이시아는 위치, 우수한 물류 인프라,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모든 동남아시아 기업들이 중국 시장으로의 전환에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의류 제조업체 빈 타이 제조 및 무역 회사의 소유주 하 팜은 "미국이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가격이 훨씬 더 높아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며 "우리 회사에게는 중국 시장이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는 현재 90일 동안 유예된 상태지만, 분석가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향하는 추세가 동남아시아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범아시아 철도 구상은 지역 경제 통합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그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철도 프로젝트의 완성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의 지역 내 경제적·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동남아 국가들은 균형 잡힌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