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연구팀 '미생물로 가득 찬 바다' 가능성 주장
해양 생물만 생성하는 유기물질 DMS·DMDS 다량 검출..."지구 초기 바다와 유사한 환경" 분석
해양 생물만 생성하는 유기물질 DMS·DMDS 다량 검출..."지구 초기 바다와 유사한 환경" 분석

케임브리지대학의 천체물리학 교수 니쿠 마두수단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지구보다 8.6배 더 큰 K2-18b의 대기에서 특정 유기 분자를 감지했다. 이 행성은 적색 왜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며, 연구팀이 발견한 유기 분자는 지구에서는 살아있는 유기체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물질이다.
"우리가 이 행성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생명체로 가득 찬 바다가 있는 세계가 데이터에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다"라고 마두수단 교수는 말했다. 그는 K2-18b의 조건이 지구의 초기 바다 환경과 유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은 생물학적 활동의 결정적인 증거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알려진 비생물학적 과정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의 유기 분자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발견이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과거의 주장들은 추가 조사에서 부정확한 것으로 밝혀졌다.
◇ 디메틸 술파이드·디술파이드, 높은 농도로 검출
천문학계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2023년 K2-18b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부터 이 행성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망원경에 장착된 두 개의 별도 기기가 높은 수준의 디메틸 술파이드(DMS)와 디메틸 디술파이드(DMDS)를 감지했다. 이 분자들은 지구에서는 주로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체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물질로, 바다에서 특유의 '바다 냄새'를 유발하는 황화합물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물질이 생명 활동 없이 대량으로 생성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17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됐다. 케임브리지 과학자들은 관찰된 대량의 DMS와 DMDS를 생성할 수 있는 알려진 비생물학적 과정은 없지만, 확인을 위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두수단 교수는 "우리 자신의 결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오직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해야만 우리가 자신 있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K2-18b 대기의 가스를 생물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유발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이론 및 실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수소-물 혼합 '하이시언 세계'의 특성
K2-18b는 수소가 풍부한 대기와 함께 액체 상태의 물로 덮인 '하이시언 세계(Hycean world)'로, 태양계의 어떤 천체와도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 행성은 우리 태양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행성이다.
마두수단 교수는 "만약 이것이 생명체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의 기본 가정은 이 바다들이 지구의 초기 바다와 비슷하게 미생물 생명체로 인해 매우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활동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2-18b가 미생물을 먹고 사는 더 큰 생물과 함께 해양 먹이사슬을 숙주할 수도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K2-18b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천체물리학자 데이브 클레멘츠는 "이 논문은 우리가 다른 곳에서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향한 매우 긴 여정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단계"라고 평가했다.
왕립천문학회의 부국장인 로버트 매시는 "124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벌레로 가득 찬 바다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희박한 기회조차도 믿을 수 없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행성의 대기 구성을 측정하기 위해 모항성(母恒星)이 그 행성 앞을 지나갈 때 나오는 빛을 분석하는데, 별빛의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스펙트럼에 어떤 가스가 존재하는지 드러내는 각인을 남긴다. 마두수단 교수는 K2-18b가 지구에서 너무 멀고 모항성과도 너무 가까워 직접 촬영은 가까운 미래의 망원경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30년 전 태양계 밖 행성이 처음 발견된 이래 약 5800개의 행성을 발견했으며, K2-18b 외에도 다수의 행성이 외계 생명체 존재 후보로 조사되고 있다.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 중 일부의 얼음 표면 아래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도 K2-18b와 유사한 환경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한편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우주선이 2030년대 초에 이러한 위성들을 탐사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