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뷰티, 美 시장서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증폭
달팽이 점액부터 선크림까지... 美 소비자들 '사재기' 움직임 포착
달팽이 점액부터 선크림까지... 美 소비자들 '사재기' 움직임 포착

보도에 따르면 한국산 스킨케어는 몇 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뷰티 애호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조선미녀(Beauty of Joseon) 브랜드의 선크림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현재 18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유사한 미국 제품의 가격(약 40달러)과 품질을 고려할 때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달팽이 점액 성분을 활용한 스킨케어 제품은 뛰어난 보습력과 주름 개선 효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구매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 美, 관세 부과 움직임 본격화
그러나 최근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는 K-뷰티 산업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홍콩에 거점을 둔 일부 K-뷰티 수출업체들이 이용해온 세관 허점까지 폐지되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소비자들은 무역 분쟁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 틱톡의 스킨케어 인플루언서는 "피부 광채를 원한다면 지금 사라.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기 전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USITC)는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수입이 미국 화장품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 화장품 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역 단체인 미국 향수 및 화장품 협회(AP&C)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AP&C는 청원서에서 한국산 스킨케어 수입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수익, 고용 감소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 제품이 불공정한 저가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USITC는 오는 5월 말까지 이번 사안에 대한 예비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러한 관세 및 무역 규제 가능성은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과거 코리아타운 내 특정 상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K-뷰티 브랜드들은 이제 세포라나 타겟과 같은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해 라네즈(Laneige), 이니스프리(Innisfree) 등 다양한 브랜드로 소개되며 미국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미국의 페이셜 스킨케어 판매는 2023년에 15% 증가했으며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이 한국 브랜드에 의해 주도되었다. 틱톡에서는 #koreanskincare 해시태그가 100억 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심지어 헤일리 비버나 시드니 스위니와 같은 유명 인사들조차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가격 경쟁력 무기로 성장한 K-뷰티...'보호무역주의' 파고 넘을까
이러한 K-뷰티의 성공에 대해 미국 화장품 업계는 왜 지금 반발하는 것일까? 미국 화장품 산업은 오랫동안 유럽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해외 경쟁에 직면해 왔지만 K-뷰티의 부상은 이전과는 다른 도전을 제시한다. 높은 가격과 배타적인 유통망을 통해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유럽 브랜드와 달리 한국 브랜드는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가치와 효능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AP&C는 제소장에서 "한국 스킨케어의 놀라운 미국 시장 성장이 저가 노동력 착취 의혹과 미국에서 금지된 인공 성분 사용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 기업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며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강조하고 성공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 덕분이라고 반박한다.
USITC의 조사 결과와 잠재적인 관세 부과는 미국 내 K-뷰티 산업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며 이는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한국 화장품 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며 저렴하고 효과적인 한국 제품을 선호해 온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뉴욕의 뷰티 편집자인 미셸 리는 "내 찬장에는 한국산 선크림이 여섯 병이나 있다"며 관세 부과 시 자신이 애용하는 제품 가격이 급등할 것을 우려했다. 그녀는 "마치 팬데믹 초기에 화장지를 사재기했던 것처럼 선크림을 비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무역 분쟁은 글로벌 경제의 더 넓은 긴장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기존 산업 강자들의 지배력에 점차 도전하고 있다. 이는 자국 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주의적 정서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수입 제한 조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산 스킨케어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USITC는 향후 몇 달 동안 청문회를 개최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그동안 K-뷰티를 사랑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애용하는 달팽이 점액 화장품이 무역 전쟁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더 애틀랜틱은 보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