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으로 미국 경제 진로 불안감 확산

햄버거 체인점 맥도날드는 저소득층의 구매가 지난해 4분기에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월마트도 소비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구매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실소득이 줄어들고, 관세 등으로 인한 경제 진로의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여러 소득계층에 걸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WSJ가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모든 소득계층에 걸쳐 예금과 저축 잔액이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소득계층의 임금 상승률이 둔화했다고 밝혔다.
저가 할인 용품 전문점 달러제너럴은 실적 발표에서 많은 고객이 기본적인 필수품만 겨우 구매하고, 일부는 이것조차도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득 상위 계층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씨티그룹의 2월 미국 신용카드 거래 자료 분석에 따르면 고급 백화점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가품 시장 지출이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이는 1월에 기록한 5.9%에서 더 증가한 것이다.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사용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매 업종에서 소비가 줄었다. 올해 의류와 운동화 부문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2% 급락했다.
최근 항공 여행업계도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과 제트블루는 일제히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WSJ는 “경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지금처럼 그 범위가 넓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당시에는 부자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덜 증가하는 '리치세션(Richcession)'이 있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역전이 이뤄졌다고 이 신문이 짚었다.
고물가 시대가 오면서 서민들이 식료품, 주택 임대료, 공과금 등의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소득층이든, 저소득층이든 모두 소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항공 여행 자제 등으로 주요 항공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올해 들어 지출을 크게 줄이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7239억 달러(계절 조정 반영)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0.7%로 집계됐었다. 올 1월 소비 감소폭은 지난 2023년 3월(-1.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둔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영향이 여기에 반영되지 않아 이 지수가 다시 올라갈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의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2%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021년 4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