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네옴 건설에 총 8.8조 달러 투입 계획, 비용 급증과 '고의적 재무 조작' 논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 '네옴' 프로젝트가 막대한 비용 증가와 지연으로 심각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100페이지 이상의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야심찬 계획은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 초안"이라고 명명된 감사 보고서는 네옴 경영진이 맥킨지(McKinsey & Co.)의 도움을 받아 비용 상승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가정을 사업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정 경영진"에 의한 "고의적인 재정 조작의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명시했다.

지난 여름 발표된 이사회 초안 자료에 따르면, 네옴을 2080년까지 "최종 상태"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본 지출은 8조 8000억 달러(사우디 연간 예산의 25배 이상)에 달하며, 2035년까지 1단계 건설에만 370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의 초기 비용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네옴 대변인은 WSJ에 해당 수치가 "잘못 해석"되었다고 반박했으나, 구체적인 정정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네옴은 탁월함, 전문성, 다양성 및 윤리적 행동을 옹호하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시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은 '라인'으로 불리는 1640피트(약 500m) 높이, 106마일(약 170km) 길이의 평행한 초고층 빌딩 쌍이다. 이 구상은 왕세자가 이집트 피라미드에 비유했을 정도로 사우디 비전의 상징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문명 혁명"을 의미하며 2045년까지 90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WSJ이 인터뷰한 전직 네옴 직원들에 따르면, 설계의 물리적·경제적 현실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전직 직원들은 경영진이 라인의 비용이 리야드의 고층 빌딩보다 1평방피트당 더 저렴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서류상 숫자를 조작했다"고 WSJ에 밝혔다. 이는 외딴 건설 현장에 노동력, 항구, 도로, 전기가 부족한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라인의 최초 설계자인 로스앤젤레스 소재 모르포시스(Morphosis)의 톰 메인은 왕세자에게 높은 비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싶었으나, 네옴 경영진이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직 직원 중 한 명이 WSJ에 전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수익 가정을 높이는 것이었다. 계획된 스키 리조트 '트로예나'의 경우, 지난해 가을 검토에서 비용이 100억 달러 이상 급증하자 내부수익률(IRR)이 프로젝트 목표인 9%보다 낮은 7%로 떨어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독창적인 글램핑" 사이트의 요금은 1박에 216달러에서 704달러로, "부티크 하이킹 호텔" 객실은 하룻밤에 489달러에서 1866달러로 재조정되었다고 내부 자료는 보여주었다.

감사 보고서는 네옴에서 광범위한 비전을 감독했던 안토니 비베스가 수익에 대한 더 높은 가정을 통해 비용 상승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비베스는 주요 회의 전 동료들과 맥킨지 컨설턴트들에게 "우리는 비용에 대해 전혀 적극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내부 감사에 따르면 반대 의견도 억압되어 "신달라 프로젝트 관리자는 비용 추정치에 이의를 제기한 후 해임되었다."고 밝혔다.


비베스의 변호사는 WSJ에 네옴에서의 업무가 "국가 지도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에 더해 완전한 정직성과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야망을 가지고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맥킨지는 "IRR 계산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네옴에서의 수수료는 1년 만에 1억 3000만 달러를 초과했다고 이 거래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WSJ에 전했다. 맥킨지 대변인은 "우리의 계약에서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프로토콜을 갖고 있다"며 "신달라의 통합 재무 보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네옴 직원들은 라인의 높이를 약 1000피트로 낮출 것을 거듭 제안했으나, 지난 봄 네옴 이사회 회의에서 왕세자는 타워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회의록은 기록했다. 대신 국부펀드 총재인 야시르 알 루마이얀은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네옴의 첫 번째 개발 구역인 '신달라' 섬 리조트는 3년 이상 지연되었고 초기 예산의 3배인 약 4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윌 스미스, 톰 브래디 등 유명인이 참석한 화려한 개관 행사가 열렸으나, 네옴 이사회 문서에 따르면 이 행사에만 최소 45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행사 당시 호텔은 완공되지 않았고, 강풍으로 페리와 골프가 중단되었으며, 부지의 대부분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라인 프로젝트도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초기 계획된 10마일에서 1.5마일로 줄었고, 현재 목표는 2034년 월드컵 경기장이 포함된 첫 0.5마일 구간을 여는 것이다. 라인 개발을 총괄하는 데니스 히키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올해 말쯤 수직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관리들은 최근 네옴을 초기에 약속했던 2030년부터 경제 성장 엔진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에서 벗어나,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결실을 맺을 "세대 간 투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한편,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왕세자의 경제 계획 중 일부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민간 부문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리야드의 소규모 메가 프로젝트들은 더 빠르고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