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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마피아' 트럼프 행정부 장악...DOGE 통해 650억 달러 절감 주장

페이팔 출신 억만장자들, 머스크부터 틸까지 전례 없는 기술 산업 인사 대거 요직 진출
일론 머스크가 2025년 2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가 2025년 2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임원들이 정부 요직에 전례 없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들은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65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 지지자가 국가 상품 규제 기관을 이끌고, 온라인 결제 기업가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책임지는 등 기술 산업 출신 인사들이 미 행정부 전반에 포진하게 됐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설립된 연방 기관의 개편을 감독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과거와 종류가 다르지 않지만, 정도가 다르다"고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역사학 교수인 헨리 W. 브랜즈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인사들의 공통분모는 머스크와 벤처 캐피털리스트 피터 틸, 그리고 새로 임명된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 '황제' 데이비드 색스와의 연결고리다. 이들은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로 알려진 실리콘밸리 파벌의 일원으로, 온라인 결제 포털의 창립 초기에 부를 축적한 기업가들이다. 다른 인사들은 기술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틸과 색스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인 존재였던 확고한 정치적 보수주의자다. 반면 머스크와 앤드리슨은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반발하며 최근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실리콘밸리에 비우호적으로 보인 점이 일부 기술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한 중요한 동인이었다"고 '코드: 실리콘 밸리와 미국의 재창조'의 저자인 워싱턴 대학의 역사학 교수 마가렛 오마라는 설명했다.

이 파벌의 세계관은 개인 성취를 존중하고, 규제를 기업과 인류 진보의 장애물로 간주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일을 부수는" 혁신적 파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한다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공유하면서도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많은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경영학 교수로 신생 기업을 연구한 피터 카펠리는 말하며 "이를 억제되지 않은 낙관주의라 부를 수도 있고, 과신이라 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영향력은 머스크가 이끄는 DOGE를 통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DOGE는 웹사이트를 통해 사기 탐지, 계약 재협상, 정리해고 등을 통해 650억 달러를 절감했다고 밝혔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수치는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DOGE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머스크의 회사 출신 임원들이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의 조사 서한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보링사의 임원인 스티브 데이비스와 리카르도 비아시니, 스페이스X의 인사 담당자 브라이언 비엘데가 포함되어 있다. 테슬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토마스 셰드는 총무청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며, Shift4의 창업자 자레드 아이작맨은 NASA 행정관으로 지명되었다.

앤드리슨 호로비츠 벤처 캐피털 파벌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의 매니징 파트너인 스콧 쿠포가 인사관리국장으로 지명되었고,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인 브라이언 퀸텐츠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 인준을 추진 중이다. 스리람 크리슈난은 색스와 함께 AI 정책 조언자로 임명되었으나, 이민 정책 관련 발언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세 번째 그룹은 피터 틸과 관련이 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전 고문인 제이콥 헬버그는 국무부 경제 정책 감독 역할로 지명되었고, 틸 캐피털 전 임원인 마이클 크라치오스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임명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의 급진적 접근법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나중에 재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빠르게 부수는 것은 민간 기업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가 의존하는 정부에서는 다르다"고 '거듭제곱 법칙(The Power Law)'의 저자인 세바스찬 말라비는 말했다.

또한,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머스크가 정부 역할을 활용해 스페이스X로 수익성 있는 계약을 유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의 귀를 갖고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역사학자 브랜즈는 설명했다.

"이들은 서로 사업을 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종의 페이팔 마피아다"라고 오마라 교수는 언급했다. 이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의 정부 진출은 테크 산업의 영향력이 정책 결정 과정으로까지 확장되는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며, 이들이 가진 기술 혁신에 대한 낙관적 시각이 연방 정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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