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과잉 생산 직격탄
글로벌 점유율 40%→20% 급락
리소그래피 등 핵심 기술 격차 여전
글로벌 점유율 40%→20% 급락
리소그래피 등 핵심 기술 격차 여전
![2023년 7월 5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는 중국 국기와 반도체 칩이 있는 인쇄 회로 기판 사이에 작업자 미니어처가 배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319464301169fbbec65dfb1161228193.jpg)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구매국인 중국의 구매액이 2025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 강화와 성숙 공정의 과잉 생산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반도체 기술 분석 전문기업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가 13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액은 380억 달러(약 55조 1570억 원)로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감소세다.
보리스 메토디예프 테크인사이츠 수석 반도체 제조 분석가는 "수출 규제와 과잉 생산 능력으로 인해 중국의 지출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액은 2024년 410억 달러(약 59조 5115억 원)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으나, 2025년에는 그 비중이 20%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2020년 624억 달러에서 2023년 1,109억 1천만 달러로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1,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EMI는 이 성장세가 이어져 2025년 1,210억 달러, 2026년 1,390억 달러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용 인공지능(AI)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첨단 공정용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中芯國際)는 성숙 공정 칩의 공급 과잉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들이 제재를 피해 성숙 공정의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한 결과다.
다만, 미국의 제재는 중국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北方華創科技集団)은 현재 매출액 기준 세계 7위 장비 제조업체로 성장했으며, AMEC(中微半導体設備)와 함께 식각 장치와 화학기상증착(CVD) 장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중국 국내 기업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 공급 비중은 17%, 어셈블리 장비는 10%에 그쳤다. 특히 리소그래피 장비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ASML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이 2025년 구매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숙 공정에 특화된 생산시설 건설이 지속되면서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C)와 전력관리 집적회로(PMIC) 등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며, 이는 타 지역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액이 2025년 일시적 감소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적 자립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나, 리소그래피 장비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해외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기술 격차 해소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