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기업 투자로 28nm 공정 기술 확보...글로벌 시장점유율 31% 차지
미국의 6년간 이어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자립률 25%를 달성, 1조 위안(약 198조6000억 원) 수출 고지를 넘어섰다고 중국 IT 플랫폼 고커지(高科技)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12월 210페이지에 달하는 수출 통제 문서를 발표, 140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중국 반도체 산업 4대 협회는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중국 기업에 미국산 칩 구매에 신중할 것"을 요청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미국 제재는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2019년 300억 위안(약 5조9600억 원)에 불과했던 투자 총액은 2024년 상반기 5173억 위안(약 102조7300억 원)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고커지는 전했다.
중국의 칩 자급률은 10년 전 10% 미만에서 현재 25%까지 상승했으며, 2024년 11월까지 칩 수출액이 1조300억 위안(약 204조5477억 원)을 기록, 사상 첫 1조 위안을 돌파했다. SMIC(中芯国际), 화홍 그룹(华虹集团), 징합 집성(晶合集成) 등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28nm 칩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31%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8n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1nm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여 고성능, 저전력의 칩을 만들 수 있다.
고커지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첨단 칩과 달리 산업용,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우 96% 이상이 28nm 공정을 사용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 우려를 표하며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하는 '301조' 발동을 통해 중국산 기존 칩 수입을 제한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301조는 미국의 1974년 종합 무역법의 한 조항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해당 국가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영국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과학 연구는 고품질 논문, 연구 장비, 연구 개발 지출, 연구원 및 엔지니어링 마스터 수 등 모든 면에서 서방을 점차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커지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