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함에 따라 자동차, 목재 등 주요 품목뿐 아니라 방울토마토, 장난감 트럭, 메이플 시럽, 데킬라 등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다양한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는 “이번 조치는 즉각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미국 내 수입업체들은 해당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기업들이 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특히 캐나다산 방울토마토는 미국 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원으로 주로 국경 인근의 대형 온실에서 재배된다. 멕시코산 토마토 역시 미국으로 대량 수출되며 겨울철 미국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공급처 역할을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내 농가가 대체 공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장난감 시장에서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톤카 트럭’은 연간 100만대 이상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현재 29.99달러 수준인 가격이 34.99~39.99달러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이 제품을 제조하는 ‘베이식 펀’의 제이 포어먼 최고경영자(CEO)는 “장난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농무부에 따르면 캐나다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메이플 시럽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로 캐나다에서 생산된 메이플 시럽의 60%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한편,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멕시코산 데킬라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데킬라 시장으로 과거 단순한 칵테일용 주류에서 고급 주류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소비가 증가해왔다. 조지 클루니, 켄달 제너 등 유명 인사들도 멕시코에서 제조된 프리미엄 데킬라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데킬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멕시코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치는 스마트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첫 번째 임기 동안과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중국산 산업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바 있지만 소비자 제품은 가격 상승을 우려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마트폰도 포함돼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산 공구류 중 미국 내에서도 수요가 많은 해머와 슬레지해머 등이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도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수입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대체 제품도 존재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 관리를 지냈고 현재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프로그레시브 폴리시 인스티튜트(PPI)’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에드 그레서는 “멕시코는 미국의 겨울철 신선 농산물 공급의 50%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