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정 산업이나 품목 집중 겨냥해 정치권 동요 유도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두 나라가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모든 품목에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을 택했다.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지전’으로 맞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의 특정 산업과 품목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정밀 타격(precision strike)'를 시도하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특히 멕시코는 여러 품목에 주기적으로 번갈아 가며 관세를 부과하는 '회전식 보복 관세(carousel retaliation)'를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해도 미국의 7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0%가 넘는다. 미국이 두 나라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두 나라는 즉각 경기 침체에 빠지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도 떨어진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보복 관세로 맞서도 그에 상응하는 타격을 미국에 줄 수 없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공화당이 우세한 특정 주와 워싱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타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가 전했다. 미국이 남북으로 국경을 마주한 멕시코·캐나다와 무역 전쟁을 하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오르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번 무역 전쟁으로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54%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캐나다산 원유와 멕시코산 과일, 채소, 육류, 맥주, 전자 제품, 가전제품, 의료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캐나다는 155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3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은 오는 4일에, 나머지 1250억 캐나다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21일에 발효한다. 미국산 맥주, 포도주, 식품, 의류, 가전제품 등이 주요 관세 대상이다. 캐나다는 광물과 에너지 분야 및 기타 파트너십에 관련된 비관세 조치를 예고했다. 캐나다는 니켈과 칼륨, 우라늄, 강철, 알루미늄 등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멕시코는 ‘회전식 보복 관세’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 수입품의 품목을 바꿔가면서 관세를 매기면 미국의 수출 업계가 불확실성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미국의 농산물 분야 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농촌 지역은 대체로 공화당 텃밭이어서 이들 지역 출신 연방 의원들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멕시코 정부는 3일 구체적인 대응 조처를 발표할 것이라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2일 밝혔다. 멕시코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