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하면 줄소송 예고, IRA 폐기 입법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의 폐기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자동차 관련 업계와 일부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입법 과정을 우회해 행정명령으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추진하면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또 미국이 전기차 전환을 늦추면 중국과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전기차 시장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을 내려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하고, 소비자의 진정한 차량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 장벽을 없애도록 지시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입법을 거쳐 전기차 생산 지원에 제공되는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제시했던 2030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50%가량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등 최소한 17개 주가 오는 2035년까지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100%를 점하도록 하겠다는 주 정부 차원의 전기차 전환 정책도 폐기하도록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IRA에 규정된 내용의 시행을 중단하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정부로부터 대출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즉각 소송을 제기할 게 확실하다.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예산이 조지아,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주 등에 배정됐다. 이들 주는 한결같이 공화당이 주지사와 주 의회를 차지하고 있는 ‘레드 스테이트’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이들 지역에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사라진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전기차 지원이 중단될 때도 뉴욕·콜로라도·워싱턴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그대로 제공할 예정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도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IRA에 따라 완성차와 배터리를 대상으로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중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과 배터리 업체가 받는 AMPC 규정을 폐기할지 주목된다.
IRA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셀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h당 10달러의 첨단제조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540억 달러(약 76조89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제조업체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거나 완공 계획을 늦추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려 한다. 현대차그룹은 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 대까지 끌어올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