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월가·경제계, 트럼프 환심 사기 경쟁 가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 등이 트럼프 정부의 각료 내정자들보다 앞자리를 차지했다.이들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앞서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교회 예배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빅테크 수장들 외에도 LVMH의 최고경영자이자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부인 헬렌 메르시에와 두 자녀 델핀 아르노, 알렉상드르 아르노와 함께 참석했다. 알파벳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의 대주주이자 공화당 거액 기부자인 미리엄 아델슨,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이끄는 인도 재벌 무케시 암바니 등도 참석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도 취임식에 나왔다.
빅테크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가족들 바로 뒤 두 번째 줄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베이조스는 약혼녀 로렌 산체스, 저커버그는 아내 챈과 함께 참석했다. 취임식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 CEO 샘 올트먼,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추 쇼우즈 CEO가 참석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집권 2기에 정부와 빅테크를 비롯한 대기업 간 ‘신 밀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취임식 오찬 행사에서 쿡 애플 CEO는 팸 본디 법무장관 후보 지명자 옆에, 베이조스 창립자는 존 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전야제 행사에서 쿡 애플 CEO의 이름을 부르면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는 쿡 CEO와 대화했고, 애플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참석한 억만장자의 재산을 합하면 1조3000억 달러(약 1873조원)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통신은 “거부들이 도열함으로써 실리콘밸리, 월가와 다른 경제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에 맞춰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인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업 투자 지원 또는 관세 부과 대상 제외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기업인들은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그렇지만,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인 등이 트럼프 편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특히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에 2억 달러가 넘는 선거 자금을 대줬다.
저커버그는 이날 저녁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파티를 주관한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해 그와 대립했고, 가급적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태도를 바꿔 트럼프 편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저커버그는 20일 밤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연회를 주최하는 4명의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