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창업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 발사체 ‘뉴 글렌’이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첫 발사에 성공하면서 업계 선두주자인 스페이스X와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이조스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천하의 앙숙이란 점에서도 두 우주기업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18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두 기업은 우주 탐사를 위한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조스가 지난 2000년 차린 블루오리진은 창업 25년 만에 첫 우주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반면에 머스크가 블루오리진보다 2년 늦게 창업한 스페이스X는 창업 6년 만에 우주에 로켓을 띄우며 전세계 우주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에만 133차례의 로켓 발사를 성공시키며 전체 지구 궤도 화물량의 85% 이상을 책임졌다.
포븟스에 따르면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의 차이는 창업 초기의 자금 조달 방식과 기업 문화에서 기인한다.
베이조스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성공으로 쌓은 개인 자산 146억 달러(약 21조3000억 원)를 블루오리진에 투자하며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했다. 블루오리진의 모토인 ‘Gradatim Ferociter(라틴어로 ’단계적으로, 격렬하게‘)는 이같은 전략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라’는 철학을 추구했다. 그는 자신의 초기 자산 약 1억 달러(약 1469억 원)를 투입해 첫 로켓인 ‘팰컨1’을 개발한 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미 국방부로부터 계약을 따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나사는 지난 2006년 2억7800만 달러(약 4057억4000만 원)를 지원해 스페이스X의 ‘팰컨 9’ 개발을 지원한 데 이어 2008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을 위해 16억 달러(약 2조3352억 원)를 제공했다. 이같은 대규모 계약은 스페이스X가 민간 고객과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페이스X는 현재까지 약 95억 달러(약 13조8653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기업 가치는 지난해 기준 3500억 달러(약 510조8000억 원) 수준이다. 머스크는 이 가운데 약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340억 달러(약 633조42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블루오리진은 로켓 개발과 관련돼 수없이 지연을 되풀이한 결과 2020년 첫 발사를 목표로 했던 뉴 글렌 로켓의 발사 일정을 여러 차례 미뤘다. 블루오리진은 2021년에서야 ‘뉴셰퍼드’ 로켓을 통해 첫 유인 비행을 성공시켰으나 이는 궤도 비행이 아닌 준궤도 비행에 그쳤다.
베이조스는 2021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블루오리진 경영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회사의 느린 사업 진행 속도에 불만을 품고 여러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표를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아마존 출신의 데이브 림프를 CEO로 임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림프 CEO는 뉴글렌의 첫 비행 준비와 BE-4 엔진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안에 100개 이상의 엔진과 다수의 로켓 부스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연간 12회의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차세대 초대형 로켓 스타십을 개발하며 궤도 발사 속도와 성능 면에서 블루오리진을 압도하고 있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대규모 확장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기준으로 스페이스X 전체 수익의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오는 2030년까지 480억 달러(약 70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궁극적으로 우주 경제를 창출해 지구 환경을 복원하고 우주에서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스페이스X의 성과와 비교해 블루오리진의 사업 모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도 낳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