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숙적으로 꼽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대항마로 창업한 블루오리진의 차세대 로켓 ‘뉴 글렌(New Glenn)’이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하면서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경쟁이 우주 공간으로 확대됐다.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다르면 뉴 글렌 로켓은 이날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돼 약 10분 만에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알려진 카르만 라인을 넘어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블루오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 글렌이 계획된 궤도에 도달했다”며 역사적인 성과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첫 우주궤도 진입에 성공했음을 선언한 것.
데이브 림프 블루오리진 CEO는 별도로 낸 성명에서 “뉴 글렌이 첫 시도에서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밝혔다.
뉴 글렌은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대형 궤도 로켓으로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팔콘 9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모델이다. 이번 발사는 블루오리진의 궤도 진입 첫 시도로, 이를 통해 스페이스X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려는 베이조스의 전략적 목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고 데일리 비스트는 전했다.
다만 블루오리진은 뉴 글렌을 궤도에 진입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로켓의 1단 부스터를 회수하는데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블루오리진은 “첫 시도에서 착륙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였지만 실패했다”면서 “오늘의 결과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블루오리진은 다음 발사가 오는 봄으로 예정돼 있으며 회수 기술을 한층 더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 글렌의 궤도 진입 성공 소식에 머스크는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첫 시도에서 궤도에 진입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고 이에 베이조스도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그간 우주 탐사와 관련된 비전과 전략을 놓고 공개적으로 의견 차이를 보여왔다. 머스크는 화성 탐사와 우주 식민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반면, 베이조스는 달 탐사를 우선시하며 “달과 화성 탐사는 모두 중요한 목표이며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머스크는 미국 정부에 자신이 추진 중인 화성 탐사 계획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요청하고 나섰고, 이로 인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예산과 자원 배분을 둘러싼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는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우주 탐사를 위한 가장 현명한 접근법”이라며 머스크의 일방적인 주장에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블루오리진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나사와 협력해 유인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 글렌은 블루오리진이 제안한 달 착륙선 ‘블루 문(Blue Moon)’의 호환성을 고려해 설계된 만큼 향후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일리 비스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뉴 글렌의 궤도 진입 성공이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 스페이스X의 독주를 견제하고 민간 우주 산업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