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보험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 사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를 휩쓴 초대형 산불이 보험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025년 1월 12일(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대 1500억 달러(약 220조72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글로벌 보험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용과 규모, 범위 측면에서 이번 산불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16명이 사망했으며, 1만2000채 이상의 건물이 불에 탔고 약 15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상태다.
보험업계의 충격도 전례 없는 수준이다. JP모건은 보험손실 전망치를 200억 달러(약 29조4140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18년 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 당시 기록한 125억 달러(약 18조3837억 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에 S&P 보험 셀렉트 산업 지수는 3.2% 하락했으며, 트래블러스(-4%), 머큐리 제너럴(-22%), 올스테이트(-7%) 등 주요 보험주가 급락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최근 수십 년간의 지구온난화로 서부지역 가뭄이 일상화되면서 화재 위험이 연중 상시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뮌헨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200억 달러(약 470조6240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 중 보험 손실만 1400억 달러(약 205조8980억 원)에 달했다. 특히 2024년 9월 발생한 허리케인 헬레네는 796억 달러(약 117조677억 원)의 피해를 입혔고, 10월의 허리케인 밀턴은 380억 달러(약 55조8866억 원)의 피해와 함께 250억 달러(약 36조7675억 원)의 보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보험업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A 고급 주거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말리부 지역에서만 약 1억5500만 달러(약 2279억 원) 규모의 유명인 소유 주택 20채가 소실됐다. 안소니 홉킨스는 약 1260만 달러(약 185억 원) 상당의 두 채 주택을, 패리스 힐튼은 약 840만 달러(약 124억 원)의 말리부 해변가 주택을 잃었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베벌리힐스 저택도 불에 탔다. 1999년 2월 매입 당시 약 200만 달러였던 이 저택은 1300평 부지에 수영장과 영화관을 갖춘 2층 맨션으로, 현재 시장가치는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당초 매입가의 수배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LA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박찬호 외 다른 한국인 주택 소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알타데나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카르도 라라 캘리포니아 보험국장은 긴급 조치로 보험사들의 보험 해지와 미갱신을 1년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을 발동했다. 그러나 모닝스타 DBRS는 "많은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포함해 상품 제공을 재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파머스 등 주요 보험사들은 2023년부터 캘리포니아 시장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무디스는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토지구획법, 건설자재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등으로 재건이 어려울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은 중장기적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번 산불 피해는 단순한 지역적 재난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의 보험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9일(현지시rkr) 뮌헨리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 평가 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며, 특히 고위험 지역의 보험상품 설계와 가격 책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알리안츠와 스위스 리 등 일부 보험사들은 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해 위험 평가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정부와 보험사 간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