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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규제 강화에 실리콘밸리 반격...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바뀌나?

바이든 정부 AI 칩 수출통제에 기업들 '성장 발목' 반발...삼성전자·SK하이닉스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
2024년 7월 25일 싱가포르의 AI 클라우드 제공업체 SMC(Sustainable Metal Cloud) 하이퍼큐브에 잠긴 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7월 25일 싱가포르의 AI 클라우드 제공업체 SMC(Sustainable Metal Cloud) 하이퍼큐브에 잠긴 칩. 사진=로이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미국 내부의 격렬한 갈등으로 확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가 AI 칩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한다고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런 변화로 글로벌 AI 산업의 지형도가 재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새로운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말임에도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허가제와 국가별 판매량 제한을 추진한다. 중국이 동남아시아나 중동의 데이터센터를 거쳐 AI칩을 확보하는 우회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다. 오라클의 켄 글루크 부사장은 "역대 최대 규제"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이익보다 과도한 규제로 산업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와 미국 기술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AI칩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구체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첫 번째 우려는 시장 점유율 하락이다.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규제로 해외 고객들이 더 구하기 쉬운 중국 제품으로 이동할 것을 우려한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성공했던 패턴과 유사하다.

두 번째는 기술 발전 속도 감소다. AI 기술은 세계 각국 연구진과 기업들의 협력으로 빠르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수출규제로 국제 협력이 어려워지면 기술 혁신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관련 연구와 개발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제한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세 번째는 학술 연구 위축이다. 미국 대학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AI 연구를 수행한다.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규제가 적용되면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미국의 AI 기초연구와 인재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들은 모두 미국의 AI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시장 점유율 하락, 기술 발전 둔화, 연구기반 약화가 동시에 발생하면 미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AI 분야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핵심 주장이다.

반면 바이든 정부와 의회 강경파는 국가 안보를 앞세운다. 맷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AI 경쟁에서 몇 년의 차이가 평생의 격차를 만든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도 "중국의 우회로를 막으려면 전 세계가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선별적 이원화' 정책을 예고한다. AI나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은 강력히 통제하되, 일반 기술은 규제를 완화할 전망이다. 마이클 왈츠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대한 강경론자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지명한 제이콥 헬버그 국무부 경제정책 담당은 중국 기술 굴기를 경계하는 의원·투자자 연합체를 이끈다.
그러나 트럼프는 첫 임기와 달리 실용적 접근도 검토한다. 화웨이 제재 같은 상징적 조치는 유지하되, 미국 기업 수익과 직결된 광범위한 규제는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구체적 정책을 언급하지 않아 향후 유연성 확보 여지를 남겼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말까지 AI 수출통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트럼프 인수팀과 정책 조율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양측은 아직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바이든의 AI 규제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러시아 등 경계 대상국의 AI 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우방국 중심으로 AI 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지만, 트럼프는 이 행정명령 철회를 공언했으나 국가 안보 차원에서 양당의 공감대가 형성돼 규제 기본 틀은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글로벌 AI 산업의 지형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AI 기술 발전은 단기적으로 둔화되겠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장기적 효과는 제한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안정적 공급망 파트너로 부상할 전망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한국 기업들과 차세대 AI칩 공동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한국 투자 규모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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