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3% 넘게 급등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 석유 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는 이날 고공행진을 펼쳤다.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영국과의 공조 하에 이뤄진 이번 제재의 주요 대상은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테가스 및 그 자회사다. 제재 대상에는 또한 유조선 180척 이상, 러시아 에너지 당국 및 트레이더와 항구 등이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테가스는 지난해 10월까지 바다를 통해 하루 약 97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해 미국 전체 유조선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 선박은 대부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기존 제재를 회피해온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에 속한 유조선이다.
제재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65달러(3.58%) 상승한 배럴당 76.5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84달러(3.69%) 상승한 배럴당 79.7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미국의 제재에 대한 추측이 확산하면서 장중 8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하고 불법적인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에 대해 전면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전에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힘써 왔다.
원유시장에서는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온 인도와 중국 정유업체들이 앞으로 중동에서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에 타격을 주고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제재를 유지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평화 조약을 위한 협상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의 극심한 추위로 난방유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해상 수출 감소가 최근의 유가 랠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또한 이란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더 강력한 제재에도 대비하고 있다.
BOK파이낸셜 증권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딩 담당 수석 부사장은 "시장 상황이 점점 더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무도 여기서 원유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가 랠리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상대강도지수(RSI) 등 기술적 지표에서 원유 선물이 과매수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제재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