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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파운드화, 1년여 만에 최저치로 하락...국채 가격 급락에 불안심리 확산

2020년 1월 6일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1월 6일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파운드화가 9일(현지시각) 런던과 뉴욕 외환시장에서 1년여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영국 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 등으로 영국 국채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파운드화의 동반 약세를 주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런던 시장 초반 1.223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일 대비 1%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영국 국채 가격도 동반 급락하며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13bp(0.13%포인트) 급등한 4.92%로 뛰어올랐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위협과 영국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의 하락 압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미니 예산’ 당시 국채 가격 급락과 비교되면서 영국 의회에서도 논쟁이 커졌다.

영국 정부의 부채 부담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전 영란은행의 정책위원은 현재 상황을 영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1976년 부채 위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G 인베스트먼트의 에바 선와이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 라디오에 "투자자들이 영국을 자산투자처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국채 수익률 급등에도 불구하고 파운드화가 하락하는 것은 자본 이탈의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런 존스 영국 재무부 부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시장이 계속해서 질서 있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채권에 대한 기본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런던 시장 후반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는 낙폭을 줄였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옵션시장에서는 파운드화의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들의 파운드화 숏(매도) 포지션 구축이 증가하는 등 파운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2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부채 규모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및 일본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투자자들은 급증하는 정부 부채와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영국 국채 매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UBS의 자일스 게일 전략가는 "시장은 길트(영국 국채)에 대한 수요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채권 가격의 약세는 전 세계적인 주제지만 영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파운드화는 뉴욕 시장 후반 전일 대비 0.42% 내린 1.2311달러에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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