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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차 산업(하)] 독일의 승부수는 '프리미엄 전기차'

中 BYD에 추월당한 독일차, 고급화·소프트웨어로 반격 나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2023년 11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EV 쇼에 전시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2023년 11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EV 쇼에 전시되었다. 사진=로이터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전통 강자 독일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독일 자동차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블랙아웃뉴스를 비롯한 메르쿠어 등 독일의 주요 언론들은 "이대로 가면 10년 내 독일 자동차 산업이 몰락할 수 있다"며 근본적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 수치로 나타난 위기의 심각성


독일경제연구소(IW)가 2024년 9월 2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독일 자동차 산업의 GDP 기여도가 7%에서 감소했으며, 수출 비중도 2016년 19%에서 16%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2024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독일의 6.3배, 판매량은 9.5배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이 두각을 보인다. 배터리 생산 비용은 kWh당 중국이 53달러로, 세계 평균 95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10대 중 6~7대를 비슷한 크기와 성능의 가솔린차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이런 충격파는 일자리로 이어졌다. 독일 자동차 산업 직접 고용은 83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줄었다. 연관 산업을 포함해 300만 명이 일자리 위험을 겪고 있다. 부품업체 셰플러는 4700명, 마르쿠아르트는 900명을 감축했고, 말레는 임금을 10% 줄였다.

◇ 독일의 생존 전략


BMW는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2024년 3분기 전기차 판매를 전년 대비 10.1% 늘렸다. 2025년에는 '노이에 클라쎄' 플랫폼으로 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주행거리는 30% 늘리고,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6년까지 400억 유로를 투자해 750km 주행이 가능한 MMA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2024년 11월 18일 메르쿠어 보도에 따르면, BMW의 올리버 집세 CEO는 "다양성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전기·가솔린·디젤·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 등 5가지 동력원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기술 개방성' 전략을 강조했다.
폭스바겐도 2026년까지 520억 유로를 전기 모빌리티에 투자하면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 업계 전문가 전망


2024년 12월 12일 메르쿠어 보도에 따르면, 독일경제연구소(IW)의 막시밀리안 피히트너는 "독일은 SAP를 제외하면 디지털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전 폭스바겐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는 메르쿠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자동차 산업이 10년 후에도 세계 선두를 지킬 확률은 50대 50"이라며 "우리는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우리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위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로 프리미엄 시장을, E-GMP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아이오닉5와 EV6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다. BYD 등 현지 업체들의 성장세에 맞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전환은 글로벌 제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투자 계획이 보여주듯, 프리미엄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혁신이 미래를 좌우한다. 100년 동안 쌓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도 디지털 혁명 앞에서 새롭게 증명이 필요하다. 전통 자동차 강국들의 운명은 독일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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