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미국 걸프만을 향해 북상 중인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1달러 가량 상승했다고 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48% 오른 68.67달러, 브렌트유는 1.39% 상승한 72.05달러에 거래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멕시코만 남서부의 기상 시스템이 허리케인으로 발달해 미국 북서부 걸프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유 시설의 약 60%가 밀집한 걸프 해안 지역에 허리케인이 상륙할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지난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8월 비농업 고용은 18만7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17만명)를 웃돌았지만, 7월 증가폭(15만7000명)은 당초 발표(18만7000명)에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고용 둔화는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인하 폭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달러 약세를 유발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석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아시아의 정유 마진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달 미국 걸프 해안으로의 연료유 수출도 2019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한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ANZ 분석가들은 "어두워지는 경제적 배경 속에서 원유는 11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며 "미국의 약한 고용 데이터는 세계 최대 소비국에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허리케인의 진로와 미국 금리 인상 여부, 중국 경제 지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걸프만 지역에 허리케인이 상륙해 정유 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 또는 인하, 중국 경제 지표 개선 등은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허리케인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