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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 금융시장 또 '쇼크'...원유 ETF는 이달 60% '폭등'

3월 9일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3월 9일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사진=연합뉴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 위기까지 겹치자, 국내 증시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에 빠진 반면 에너지와 방산 관련 상품들은 유례없는 급등세를 기록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 '서킷브레이커' 두 차례 발동... 초토화된 국내 증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96%(333.00포인트) 내린 5251.87로 장을 마쳤다. 5.72% 내린 5265.37로 출발한 지수는 오전 11시 5분 8.75% 급락한 5096.16까지 밀리기도 했다.

시장의 공포는 개장 직후부터 터져 나왔다. 오전 9시 6분경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전 10시 31분에는 지수가 8% 이상 폭락한 상태가 지속되자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4일 이후 불과 5일(3거래일) 만의 일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심각했다. 코스닥150 선물지수가 6% 넘게 하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양대 시장이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킷브레이커가 한 달에 두 번이나 발동된 것은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라며 "투자심리가 단순히 악화된 수준을 넘어 완전히 붕괴된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2000억 원, 1조5000억 원 규모를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만이 4조60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낙폭 과대'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 '오일 쇼크'의 재림, 수익률 상단 점령한 원유 ETF
지수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원유 관련 상품들은 '불기둥'을 세웠다. 2월 27일부터 9일 까지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낸 상품은 단연 원유 선물 테마였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은 이 기간 무려 59.32%라는 경이로운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역시 54.06%의 수익률을 보였다. 단 열흘 만에 50%가 넘는 수익률이 가능했던 것은 이란 내 주요 에너지 기지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미군 사망자 발생에 따른 미국의 강력한 대응 등 '전쟁 리스크'가 유가에 즉각 반영됐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의 하방 지지선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이란의 차기 지도체제 확정과 물리적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상 물류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안보 자산으로의 대피... 'K-방산'의 견고한 상승세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자 방산 테마 ETF로도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전쟁이 곧 실적'이라는 냉혹한 시장 논리가 작용하며 K-방산주들이 포트폴리오의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방산주가 급등하며 수익률 상위권을 독식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쟁 장세'의 특징"이라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인 에너지와 국방력 강화 수혜주인 방산으로 몰리며 지수 하락 리스크를 상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괴리율과 변동성...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기록적인 수익률 뒤에는 여전히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선물 ETF의 경우,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과정에서 차근월물로 교체할 때 발생하는 '롤오버(Rollover) 비용'이 장기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시장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현물 가격과 ETF 순자산가치(NAV) 사이의 '괴리율'이 벌어지는 현상도 주의 대상이다. 극도의 공포나 탐욕이 시장을 지배할 때 뒤늦게 뛰어드는 추격 매수는 자칫 '상투'에 물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30년 전 오일쇼크 당시와 지금의 에너지 지형도는 다르지만, 호르무즈라는 지정학적 급소는 여전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살피되, 선물 상품 고유의 비용 구조를 반드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검은 월요일'을 맞이한 국내 증시는 중동의 포성이 잦아들 때까지 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확보와 안보 자산 중심의 대응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지만, 시장의 과열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투자자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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