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간 육로 교역 재개 이후 베트남 대중국 두리안 수출액 급증…가격까지 매우 저렴해 태국 아성 위협 태세

고약한 냄새에도 아시아 지역의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특산 열매 두리안은 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돼 왔다.
지난 2016년까지 전 세계 두리안 생산량의 약 90%를 두 나라가 차지했을 정도다.
그러나 홍콩 영자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추세를 살펴본 결과 태국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두리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태국과 이웃한 베트남이 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세계 최대 두리안 수입국인 중국에서 두리안 소비가 최근 들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베트남이 중국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두리안 붐’ 여파
SCMP에 따르면 베트남이 중국에 수출하는 두리안 물량이 지난 1분기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베트남이 1분기 해외에 수출한 두리안은 총 8억76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대부분인 8억3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상당을 중국이 수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국의 두리안 수입물량이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폭풍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베트남이 중국 두리안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결과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두리안의 약 91%가 중국에서 유통되면서 올들어 전 세계 두리안 수요도 전년 대비 400%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대중국 두리안 수출량이 이처럼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지난해 1월부터 양국 국경을 통한 육로 교역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던 양국 간 육로 교역이 다시 활발해진 것 때문이다.
육로를 통해 중국에 수출하는 비용이 항공이나 해상을 통한 것보다 저렴한 것도 베트남의 대중국 수출액 급증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입장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베트남산 두리안을 들여오는 것이 가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태국은 중국과 직접 국경이 닿아 있지 않은 반면, 베트남은 북부 지역이 중국과 접하고 있는 지리적 및 물류적 이점을 안고 있다.
베트남산 두리안의 높은 가격 경쟁력
SCMP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베트남산 두리안의 가격은 kg당 4달러(약 5300원) 수준이다.
두리안 1위 생산국인 태국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두리안의 가격이 kg당 10달러(약 1만3000원)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중국행 두리안 물량의 절대적인 다수를 태국이 공급하고 있는 태국의 위상을 당장 뒤흔들기는 어렵겠지만 가격 차이가 앞으로도 계속 큰 차로 벌어진다면 태국의 대중국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역으로 중국 내 두리안 시장에서 베트남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중국에서 ‘두리안 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두리안 수요가 폭증하는 배경으로 두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는 것도 꼽히고 있다.
두리안을 단순히 과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간주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두리안은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고 소화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고 뼈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년 들어 여유가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두리안이 건강식품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먹는 경우도 크게 늘었지만, 지인들에 줄 선물로 구매하는 문화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