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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 조선업계, 러시아 결제 마비로 '발동동'

정부 신북방 정책 호응으로 러시아와 교역확대 '부메랑'
북극항로에 투입된 쇄빙선. 한국 조선사들은 러시아로부터 수십 척의 쇄빙선을 수주했으나 러시아의 대금 결제가 마비되면서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북극항로에 투입된 쇄빙선. 한국 조선사들은 러시아로부터 수십 척의 쇄빙선을 수주했으나 러시아의 대금 결제가 마비되면서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금융제재를 행사한 뒤로 러시아는 보복 조치로 한국을 러시아의 비우호적 국가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에 한국 조선사들은 러시아 수주 80억 달러 이상 거래 대금을 받기 어려워져 비상사태에 놓이게 되었다.

신북방정책은 한때 한국 조선업계에 수백억 달러의 수주를 안겨주었지만 이제 한국 조선업계에 악몽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이달 안에 인도될 예정이었던 극지 쇄빙 아프라 원유 운반선 2척의 인도를 연기했다. 두 선박의 선주인 러시아 국영선사인 소프콤플로트(Sovcomflot)이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포함된 데다가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서 제외돼 자금 결산의 길도 막혔다.

정병록 주러 한국대사관 상무관은 “러시아 정부가 한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러시아가 비우호 국가 목록을 지정한 후 비우호 국가의 비거주자는 일시적으로 입국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외환 송금 외부 부채 지불에 러시아 루블화만 사용하도록 한데다 비우호적인 국가의 회사와 러시아 회사 간의 모든 거래는 “외국인 투자 집행 관리 위원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국제선박네트워크에 따르면 선박 2척은 2019년 11월 계약금액 1875억 원에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그간 받지 못한 대금은 전체 계약금액의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조선소는 선주와 신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할 때 선박 건조 대금의 20%를 선금으로 청구하고, 건조에 따라 선박 대금의 30%, 최종 지불은 새로운 선박이 완성되어 인도될 때 청구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 거래제한 조치는 초기 단계로 대금 회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거래제한의 특정 상태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신규 선박 인도 지연이 현실화 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발주하는 러시아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 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3대 조선사들이 러시아 선주들로부터 선박과 해양 장비를 총 9조7000억 원 규모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삼성중공업이 50억 달러로 1위, 대우조선이 25억 달러로 2위, 한국조선해양이 5억500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공식적으로 건조 단계에 진입해 1년 이내에 인도되는 러시아 신조선의 발주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3대 조선소가 발주한 러시아 선박의 전체 발주량 중 이미 건조에 들어간 선박이 60%에 달한다. 이를 위해 국내 선사들은 원자재와 인건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특히 한국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러시아 3대 선사가 발주한 선박 대부분이 재판매가 불가능한 특수선이라는 점이다. 북극해 근처에 위치한 석유 및 가스 자원의 생산 또는 운송을 위해 러시아에서 맞춤 제작한 특수 장비들이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LNG선 시장이 슈퍼붐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쇄빙 LNG선 수요는 북극항로가 있는 러시아뿐이어서 3대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되면 이들 조선소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다.

한국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 3사에서 러시아 수주를 많이 수주한 것은 한국 정부의 ‘신북방 정책’ 때문이고, 많은 협력사(하도급업체)도 참여했다”고 말한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신북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와 유라시아 지역 간 협력과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한·러 경제 무역 협력 수준을 높이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북한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이 가운데 조선·항만·북극 수로에 관한 한·러 협력은 새 세기 한·러 협력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고조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전면적인 금융제재를 가했고, 한국 정부의 ‘신북방 정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약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3대 조선사에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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