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점수, 연속 기록, 순위, 상품처럼 잘한 아이에게 앱이 얹어 주는 것을 이 글에서는 통틀어 '별'이라 부른다. 별 하나에 움직이는 아이가 별이 없는 날에는 책상에 앉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은 자연스럽다. 이 걱정을 실제 학습앱 안에서 확인한 연구가 둘 있다.
첫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팀이 2026년 5월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팀은인도의 영어 읽기 앱을 쓰는 학교들을 무작위로 나눠 어린이 약 1만 명을 비교했다. 한쪽 학교에는 이야기를 많이 읽은 순서로 순위를 매기고 상위 1000명에게 책 여섯 권을 주는 읽기 대회를 열었고, 다른 쪽학교에는 열지 않았다. 대회가 끝나 추가 보상이 사라진 뒤에도 24주 동안 아이들의 앱 사용을 지켜봤다.
대회 기간에 대회를 연 학교 아이들이 끝까지 읽은 이야기는 대회가 없는 학교보다 45% 많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추가 보상이 없는 12주 동안에도 이 아이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고, 앱을 그만두는 아이도 더 적었다. 연구팀은 별이 읽으려는 의욕을 꺾지 않고 오히려 키웠다는 가설에맞는 결과로 해석했다. 논리는 단순하다. 별이 의욕을 밀어냈다면 추가 보상이 사라진 뒤 읽기 격차가 유지되기 어려웠을 텐데, 실제로는 격차가 남았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는 앱 사용량을 넘어 시험 점수까지 따졌다. 이탈리아 보코니대학교(Bocconi University)와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등 공동 연구팀이 2026년 2월 공개한 연구로, 정식 게재 전의 초안이다. 연구팀은 페루에서 수학 연습 앱을 쓴 적 있는 초등 4~6학년 6만 명을 무작위로 네 집단으로 나눠 여름방학 6주 동안 앱 알림을 다르게 보냈다. 한 집단에는 연속 기록, 곧 스트릭(streak)을알리는 알림을 보냈다. 연속 기록은 같은 행동을 끊기지 않고 이어 온 횟수를 세어 보여 주는 것으로, 이앱에서는 몇 주 연속으로 수학을 연습했는지를 알려 주는 문구가 그 예다. 한 집단에는 이름을 부르며 격려했고, 한 집단에는 새 문제가 올라왔다고만 알렸으며, 나머지 집단에는 아무 알림도 보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칸 아카데미(Khan Academy)가 2021년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로 연속 기록 기능을 없앴다고 소개하며, 기록이 끊긴 아이가 앱에서 멀어지는지도 살폈다.
일단 앱을 연 아이가 계속 접속하는 효과는 연속 기록을 알린 집단에서, 아직 앱을 열지 않은 아이가 처음들어오는 효과는 이름을 불러 격려한 집단에서 더 컸다. 기록이 끊기면 의욕을 잃고 앱에 발길을 끊는 아이가 늘 것이라는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림이 끝난 직후 수학 시험을 본 아이는 6만 명 가운데1503명이었는데, 이 아이들만 보면 연속 기록을 받은 집단의 점수가 아무 알림도 받지 않은 집단보다 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차이로 높았다. 다만 다른 알림 집단과의 차이는 뚜렷하지 않아, 연구팀은 조심스럽게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결과이지만, 두 연구에는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 하나 있다. 상품이 사라지거나 연속기록이 끊긴 뒤 아이들이 앱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심리학에는 이런 걱정에 붙은 이름이 있다. 좋아서 한 일에 별 같은 상이 걸리면 아이는 그 일을 하는 까닭을 '재미있어서'에서 '상을 받으려고'로 바꾸고,상이 없어지면 그 일에 대한 의욕까지 시들해진다는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다. 1973년 미국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널리 인용되는 개념이다.
필자는 두 연구의 결과를, 이 개념을 모든 학습앱의 별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로 읽는다.1973년 실험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아이들이었다. 학습앱 앞에는 아직 서툴러서시작부터 버거운 아이도 앉는다. 그런 아이에게 별은 흥미를 밀어내는 상이라기보다 연습을 이어 가게 하는 보조바퀴일 수 있다.
이 결과를 AI 학습앱으로 넓혀 읽으면 어떨까. 두 연구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아이와 대화하며 별을 조정하는 기능을 시험한 것은 아니다. 다만 보코니대학교 연구팀은 교육 서비스에서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생성형 AI의 발전이 이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페루 연구의 알림은 정해진 몇 가지 문구중 하나였다. 이를테면 지난주에 아이가 막힌 문제를 기억해 둔 AI가 오늘 두 문제만 풀면 5주 연속이라며 말을 거는 앱을 가정해보자. 별이 이렇게 정교해질수록 별은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별을 언제 없앨지도 앱이 정하게 될 수 있다. 그 결정은 앱이 아니라 부모가 쥐고 있어야 한다.
그 결정을 돕는 장치로 별에 유효기간을 붙이자고 제안한다. 앱을 쓰기 시작하는 날, 이를테면 이 별은 한달짜리라고 아이와 약속해 둔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알림, 순위, 연속 기록처럼 끌 수 있는 별을 모두 끄고 2주쯤 지켜본다. 아이가 제 발로 앱을 여는지, 열었다면 무엇을 하는지가 관찰 대상이다. 별이 없어진뒤의 모습이야말로 별이 제 역할을 했는지 알려 주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끝난 뒤 아이가 앱을 열지 않았더라도 별을 곧바로 되살리지는 마라. 먼저 별이 없는 날에도아이가 붙잡은 장면이 있었는지 물어보라. 끝까지 읽은 이야기 하나, 끝내 풀어낸 문제 하나면 충분하다.그런 장면이 있었다면 별은 제 역할을 한 것이고, 없었다면 다음 별은 더 짧은 유효기간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별을 의심하자는 말이 아니다.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에게 보조바퀴는 쓸 만하다. 다만 달 때부터 뗄 날을정해 두어야 하고, 혼자 달릴 수 있는지는 떼어 본 뒤에야 안다.별을 쓸지 말지 다투는 동안 비어 있는 것은 별이 없어지는 날의 설계였다. 보조바퀴를 다는 손이 떼는 손이듯, 별을 붙이는 손이 없애는 손도 돼야 한다.보조바퀴를 뗀 첫날 아이가 제 힘으로 밟는 페달처럼, 별이 꺼진 저녁에 아이가 스스로 여는 화면이 그 아이의 진짜 학습앱이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