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서 한글창제 579주년 기념 휘호대회…400여명 참가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예술문화원이 주최한 제17회 휘호대회는 이날 오전 10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리기 전부터 화선지 앞에 앉아 붓글씨에 집중했다. 여러 차례 자세를 고쳐가며 ‘봄 내음 그윽한 향기’를 써 내려간 안철엽씨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자 새 화선지를 펼쳐 다시 글씨를 썼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한글의 매력을 표현했다. 일본에서 온 모리타 아야코씨는 붓의 굵기와 먹의 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피어난 한글 세계에 빛나다’라고 썼다. 능숙한 솜씨를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나보다 잘 써”라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온 라이어넬씨는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는 경복궁을 찾았다가 휘호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했다며 “40번째 생일 선물로 한국 여행을 골랐는데 뜻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글은 모양이 아름다운 언어”라면서도 “좀 어렵다”고 웃었다.
그리스 출신 안드레아스씨도 가족들과 경복궁을 방문했다가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그리스어와는 정말 많이 다르지만 한글도 매력 있는 언어”라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아자리키나 카리나씨는 ‘세계를 내 품 안에’라고 썼으며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는 발음이 귀엽게 들린다는 이유로 ‘딱딱’을 꼽았다.
독일 출신 토르벤 글레저씨는 ‘한글, 한글을 배우는 기쁨은 한국을 이해하는 기쁨, 세계와 만나는 행복입니다’라는 문구를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다리가 저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도 작품에 집중한 그는 “조금 힘들어요”라며 웃은 뒤 다시 붓글씨를 이어갔다.
한국예술문화원은 서예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작품을 심사한다.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특선 수상작은 다음 달 17일부터 12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한글 갤러리에 전시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 주변으로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상 앞에는 각종 단체가 보낸 한글날 기념 화환이 놓였고, 인근에는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표현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이를 읽은 한 어린이가 부모에게 “‘왠일’이 아니라 ‘웬일’이 맞다”고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세종대왕 동상 일대에서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한국어교육노동자 정규직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한글의 아름다운 가치 뒤에 가려진 한국어 강사들의 참담한 현실을 고발한다”며 초단기 쪼개기 계약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다. 국공립대학들이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정규직 대신 무기계약직 고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는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나누는 행사가 펼쳐졌지만, 한글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강사들의 고용 안정 문제도 함께 제기되며 한글의 가치를 뒷받침할 노동환경 개선 과제가 부각됐다.
최한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ksruf0615@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