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 직원 안전교육·30~31일 전 사업장 생산 중단
전체 인력 61.2%가 ‘소속 외 근로자’…고위험 공정에 하청 집중
조선업 사망자 77~79.3%가 협력업체…해외는 위험정보 통합 관리
전체 인력 61.2%가 ‘소속 외 근로자’…고위험 공정에 하청 집중
조선업 사망자 77~79.3%가 협력업체…해외는 위험정보 통합 관리
이미지 확대보기회사는 29일 전 직원 특별 안전교육을 하고 30~31일 전 사업장의 생산을 멈춘다. 위험성 평가를 다시 하고 고위험 공정과 안전설비를 전면 점검한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전 공장 가동 중단이다.
재점검 대상은 원청과 협력업체 노동자가 뒤섞여 일하는 현장이다. 노동자 10명 중 6명이 원청과 다른 회사에 고용돼 있다. 위험성 평가의 시작점부터 참여 주체가 달라지는 구조다.
셧다운의 효과는 며칠을 멈추느냐보다 이후 작업 배치와 정보 전달에서 갈린다.
곤돌라를 타고 발판을 놓고 도장과 배관을 맡는 노동자가 위험성 평가에 참여하는지, 구조물·장비·작업순서의 변경이 어느 소속 노동자까지 전달되는지가 기준이다.
올해 세 번째 셧다운…사망자 3명 모두 협력업체
올해 첫 사망사고는 지난 4월 9일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했다. 정비 중이던 잠수함 내부에서 불이 나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18일에는 같은 조선소의 LNG 운반선 화물창 안에서 20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숨졌다. 곤돌라를 타고 작업하다 상부 구조물과 곤돌라 사이에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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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세 사고는 시기와 작업장, 작업 내용이 달랐지만 고용 형태는 같았다. 사망자는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현장 10명 중 6명은 ‘소속 외 근로자’
2025년 고용형태 공시 기준 HD현대중공업 소속 근로자는 1만4293명, 소속 외 근로자는 2만2515명이다.
전체 3만6808명 가운데 소속 외 근로자가 61.2%다. 원청 직원보다 8222명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내놓은 한국 조선산업 보고서에서도 같은 구조가 확인된다.
2024년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12만5636명이다. 2009년부터 2024년까지 하청 노동자는 전체 조선소 인력의 55~66%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66%까지 올랐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은 현재 사내협력사가 조선소 생산의 70~80%를 담당하는 것으로 본다.
소속 외 근로자 안에서도 고용 형태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협력업체 정규직도 있고 기간제도 있다.
특정 물량을 끝내기 위해 투입되는 물량팀·돌관팀 같은 재하도급 인력도 있다.
조선소의 격차는 ‘정규직과 계약직’이라는 한 줄보다 ‘원청 직영-협력업체 상용직-협력업체 기간제-물량팀’으로 이어지는 여러 층에 가깝다.
재하도급 단계가 늘어날수록 고용기간은 짧아지고 작업정보와 안전관리도 여러 업체를 거치게 된다.
직영도 생산현장 투입…위험·고강도 공정은 하청 집중
직영 노동자도 생산현장에서 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한 대형 조선소의 공정별 인력을 분석한 결과, 직영 기능인력은 가공·조립, 블록 탑재, 기계·시운전, LNG선 생산, 생산지원 등 거의 모든 공정에 배치돼 있었다.
당시 사무직과 기술직은 전원 직영이었고 생산 기능직에도 직영 숙련공이 남아 있었다.
차이는 비중에서 나타났다.
발판 설치·해체 인력은 100%가 사내하청이었다.
후행도장과 해양전기는 각각 95.4%, 해양배관은 93.6%, 목의·보온은 92.3%가 하청이었다. 상선전기 85.8%, 선행도장 85.4%, 블록 탑재도 74.7%였다. 반면 생산지원의 하청 비중은 38.7%, 기계·시운전은 56%, 가공·조립은 61%였다.
이미지 확대보기발판은 추락 위험과 맞닿아 있다. 도장은 밀폐공간과 유기용제, 배관·전기는 복잡한 선체 내부의 혼재작업, 블록 탑재는 중량물과 크레인 위험을 안고 있다.
직영 노동자도 같은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되지만 고소·밀폐·중량물 작업에 하청 인력이 더 많이 배치되는 흐름은 공정표에서 확인된다.
더 위험한 공정일수록 재하도급 비중도 높았다. 후행도장 하청 인력 가운데 물량팀·돌관팀 등은 67.7%, 해양배관은 62.4%, 해양전기는 55.7%였다.
위험이 원청과 1차 협력업체의 경계를 넘어 다시 아래 단계로 내려가는 구조다.
조선업 사망자 10명 중 8명, 협력업체 소속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사고를 조사한 결과, 업무상 사고 사망자 324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257명으로 79.3%였다. 원청 소속은 66명이었다.
이후 수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조선업 산재사고 사망자 88명 중 협력업체 노동자는 68명, 77%였다. 사망자의 절반에 가까운 42명은 근속 1년 미만이었다. 사고가 많이 난 공정은 용접, 도장, 자재 운반, 장비 이동, 정비·보수 순이었다.
사고가 하청에 집중되는 이유를 보호구 착용이나 개인의 숙련 부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조선소는 한 선박 안에서 용접·도장·배관·전기·운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한 업체가 설치한 발판과 구조물, 다른 업체가 바꾼 작업순서가 제3의 업체 노동자에게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사업주가 여러 명이면 작업지시와 위험정보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공정이 바뀌었는데 위험성 평가가 따라오지 않거나, 설비를 변형했는데 현장 전체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의 노동자가 가장 늦게 알게 된다. 협력업체 자체의 안전 인력과 교육 여력도 원청보다 작다.
2023년 조사된 조선업 사내하청업체 456곳 가운데 84.4%는 업력 5년 미만이었고 10년을 넘긴 업체는 5.5%뿐이었다.
원·하청 사이에서 작업변경 정보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는 이번 사고에서도 쟁점이 됐다.
울산 사고에 대해 노조는 곤돌라 이동 반경에 구조물이 추가됐지만 위험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산 사고에서는 노조가 러그취부기의 운전자 보호장치가 낮게 개조됐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선박 블록 아래 작업을 위해 장비 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었고 해당 장비에는 지게차의 1.9m 높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경찰과 노동당국은 두 사고의 경위와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선업 인력 15%가 외국인…인력난 메운 생산현장
외국인 노동자도 원청과 협력업체에 나뉘어 고용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직접 고용한 외국인 임직원은 2025년 1752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9.3%까지 늘었다. 현재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원·하청을 합쳐 약 8400명이다. 국적과 고용 형태는 일부 겹칠 뿐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외국인 노동력이 늘어난 자리는 주로 인력난이 심한 생산현장이었다.
OECD는 외국인이 현재 한국 조선업 인력의 약 15%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이 2010년 7%에서 2023년 10.4%로 상승했다며, 저임금·고위험·고강도 일자리의 인력 부족을 이주노동자가 메우는 구조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외국인 노동자는 입사 초기에 낯선 선박 구조와 작업신호를 익혀야 한다.
여기에 언어 차이와 짧은 현장경력, 잦은 업체 이동이 겹치면 작업 변경을 알아차리고 위험을 제기하기가 더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조선업 불시점검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공정별 맞춤형 안전교육을 따로 주문한 이유다.
HD현대중공업도 원·하청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선업 안전용어를 포함한 한국어 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구조물 추가, 장비 개조, 작업순서 변경에서 생기는 위험을 공학적으로 차단하는 일이다. 설명을 잘 알아듣게 하는 것과 위험 자체를 없애는 것은 다른 단계다.
해외 조선소도 하청 보편화…위험정보·작업계획은 통합 관리
협력업체는 다른 주요 조선국에서도 널리 쓰인다.
OECD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도 2009년 이후 하청 인력이 전체의 50% 안팎을 꾸준히 차지했다.
2023년 일본 조선업 종사자 7만300명 가운데 하청은 3만4231명으로 48.7%였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도 조선소를 원청, 하청, 재하청, 인력공급업체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복수 사업주 작업장’으로 전제한다.
해외 기준의 중심은 여러 회사가 한 현장에서 일할 때 위험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한 현장의 위험에 둘 이상의 사업주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원청과 계약업체가 작업계획과 위험정보를 함께 조정하도록 요구한다.
싱가포르는 조선소 이주노동자에게 입국 직후 업종별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근속기간에 따라 2년 또는 4년마다 다시 이수하게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선업 안전지침은 협력업체의 안전계획을 조선소 전체 안전체계에 맞춰 원청 책임자가 사전에 승인하고, 하청 노동자에게도 같은 안전보건 권리와 교육을 보장하도록 권고한다.
한국에도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노동자에게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고, 원·하청 협의체와 합동점검을 운영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차이는 법 조항의 존재보다 하청 비중과 재하도급의 깊이, 그리고 작업 변경 정보가 현장 끝까지 실제로 전달되는지에서 드러난다.
세 번째 안전 셧다운…재가동 뒤에도 남는 원·하청 위험 격차
올해 세 번째 셧다운이지만 사망자 3명은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교육과 점검을 반복하는 동안 고위험 공정과 재하도급 구조가 그대로였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발판·도장·배관 등 상시 필요한 고위험 핵심 공정을 어느 범위까지 직접고용할지, 물량팀으로 이어지는 재하도급을 얼마나 줄일지가 남는다.
직접고용은 숙련을 축적하고 교육과 작업중지 권한을 한 조직 안에서 보장할 토대를 넓힌다.
조선소 안에는 여러 회사의 작업복이 섞여 있지만 선박의 공정과 납기는 원청이 통제한다. 생산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한다면 안전도 소속별로 나눌 수 없다.
31일 이후 공장이 다시 돌아갈 때 달라져야 할 것은 교육 횟수보다 위험한 일을 배분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