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 수업자료·현장 연구대회 확산…교육출판사, 교사 플랫폼 경쟁 확대
종이 교재 중심 시장 흔들리자 수업 설계·교사 네트워크로 접점 이동
종이 교재 중심 시장 흔들리자 수업 설계·교사 네트워크로 접점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교과서와 참고서를 만들던 출판사들이 교사 세미나, 수업 연구대회, 온라인 강연, AI 교육자료, 디지털 수업 도구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예전의 경쟁이 교재 채택과 참고서 판매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교사의 수업 준비를 얼마나 줄이고 학생 참여를 높이는 수업 모델을 얼마나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출판사와 교사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출판사가 만든 자료를 교사가 내려받아 쓰는 구조가 중심이었다.
지금은 교사가 직접 설계한 수업 사례가 다시 플랫폼에 쌓이고, 다른 교사의 수업 자료로 확산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출판사의 플랫폼은 단순 자료실을 넘어 수업 커뮤니티에 가까워지고 있다.
천재교과서 T셀파는 수업 혁신 연구대회를 통해 AI·디지털 융합 수업과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미래엔 엠티처는 ‘티처 LIVE’를 통해 쌤OTT, 혁신수업N, LIVE 강연, 자료나눔 등을 운영하며 교사 콘텐츠를 한곳에 묶고 있다.
비상교육 비바샘도 현장 수업 연구대회를 통해 교사가 직접 설계하고 적용한 수업 자료 공유를 강조하고 있다. 총 1억 원 규모의 상금과 9개월 여정을 내세운 점은 교사 참여형 수업 콘텐츠 확보 경쟁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YBM은 Y클라우드를 통해 초·중·고 교사를 위한 교과서 수업자료와 에듀테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형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교육출판사의 경쟁 무대가 책상 위 교재에서 교실 안 수업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 출판사가 교과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가 실제 수업에서 쓸 수 있는 활동과 자료, 디지털 도구 활용법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다.
동아출판은 대면 실습형 세미나로 교사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교사 수업 지원 플랫폼 ‘두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두클래스 윗 미’는 2023년 시작된 교사 대상 세미나 프로그램이다. 현재 21회차까지 이어졌으며, 현직 교사와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과목별 수업 설계와 활동 자료 활용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림책, 고등 수학, 초등 사회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서울 동아출판 본사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며, 정크 아티스트와 현직 교사,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지난 4일에는 그림책편과 고등 수학편이 열렸고, 11일에는 초등 사회편이 예정돼 있다. 그림책은 환경·예술 융합 수업으로, 고등 수학은 AI 활용 수업으로, 초등 사회는 퀴즈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형 수업으로 연결된다.
교재를 설명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과목별로 나눠 다루는 방식이다.
왜 지금 교사 세미나인가
출판사들이 교사 세미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학교 현장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 교육자료, 에듀테크 도구, 질문 중심 수업, 서·논술형 평가가 동시에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교육부도 2026년 업무계획에서 AI 교육자료 지원 확대, K교육 AI 개발, 질문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 확대, AI 중점학교 확대를 제시했다. 학교가 AI 교육자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이미지 확대보기정책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수업은 교실에서 완성된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도구 목록이 아니다. 어떤 단원에서 AI를 쓸지, 어떤 질문으로 수업을 열지, 학생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 활동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실제 사례다. 세미나는 이 간극을 메우는 통로가 될 수 있다.
AI와 에듀테크는 기능 설명만으로 교실에 안착하기 어렵다. 수업 흐름, 학생 반응, 활동 설계, 평가 방식과 맞물릴 때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교재와 플랫폼을 가진 출판사가 현장 교사와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설명회에서 수업 설계의 장으로
교육출판사들의 교사 프로그램은 더 이상 교과서 설명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T셀파가 현장 교사의 수업 모델을 연구대회 방식으로 모으고, 엠티처가 교사 콘텐츠와 강연을 플랫폼화하고, 비바샘이 수업 자료 공유 대회를 운영하는 것처럼 출판사들은 교사들의 수업 경험을 다시 콘텐츠로 축적하고 있다. 교사가 만든 수업이 다른 교사의 수업 자료가 되는 구조다.
동아출판의 차별점은 대면 실습형 구성에 있다.
연구대회나 온라인 콘텐츠 중심 프로그램과 달리 ‘두클래스 윗 미’는 교사가 직접 만들고, 실습하고, 수업 적용 방식을 고민하도록 설계됐다. 자료를 내려받는 방식보다 몸으로 익히는 연수에 가깝다.
지난 4일 열린 그림책편에서는 정크 아티스트 안선화 작가가 ‘업사이클링 팝업 북 노하우와 환경 & 예술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버려지는 그림책을 활용해 교사들이 팝업 북을 직접 만들어보는 방식이었다. 그림책을 단순한 읽기 자료로 보지 않고 환경교육과 예술 활동을 연결하는 수업 매개체로 확장한 셈이다.
같은 날 고등 수학편에서는 수리고등학교 유희정 교사가 ‘AI 수학 실험실과 함께하는 인공지능 수학’을 다뤘다. 인공지능 수학 교과 소개, AI 수학 실험실 활용, 이미지 데이터 처리 실습 등이 포함됐다.
AI를 거창한 기술 담론이 아니라 수학 수업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실험 도구로 끌어온 시도다.
이미지 확대보기11일 초등 사회편, 참여형 수업으로 확장
11일 예정된 초등 사회편은 참여형 수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초등 교사이자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상권쌤’과 초등 교사 ‘어깨넓은쌤’이 강사로 나서 사회 수업 노하우를 공유한다.
상권쌤은 요즘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 방식에 맞춘 사회 수업을, 어깨넓은쌤은 ZEP QUIZ를 활용한 참여형 사회 수업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초등 사회편까지 포함하면 이번 세미나는 그림책, AI 수학, 참여형 사회 수업으로 이어진다. 그림책 세션은 환경·예술 융합 수업, 고등 수학 세션은 AI 활용 수업, 초등 사회 세션은 게임형 참여 수업에 가깝다.
교육 현장의 고민도 이와 비슷하다.
어떤 교사는 학생 참여를 고민한다. 어떤 교사는 AI를 수업에 어떻게 붙일지 고민한다. 또 다른 교사는 환경교육, 예술 활동, 퀴즈 플랫폼, 협업 활동을 교과 수업 안으로 가져오는 방법을 찾는다.
출판사 세미나가 의미를 가지려면 바로 이 지점에 닿아야 한다.
인터넷과 AI가 바꾼 출판사의 자리
출판사들이 교사 플랫폼과 세미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교육출판 시장의 변화가 있다.
인터넷 검색, 무료 영상 강의, 문제풀이 앱, 온라인 학습 플랫폼,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학습자료의 유통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지식 전달의 중심 통로였다. 지금은 교사와 학생이 필요한 자료를 온라인에서 바로 찾고, AI 도구로 문제를 만들고, 영상과 퀴즈 플랫폼으로 수업을 구성한다.
출판시장 지표도 이 변화를 보여준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5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주요 교육도서 출판사 42개사의 2025년 총매출액은 약 4조1,061억 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영업이익 합계는 약 673억 원으로 전년 약 955억 원보다 29.5% 줄었다.
교육도서 중 교과서·학습참고서 부문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학습지·전집·교구·외국어·기타 부문은 적자를 보였다.
책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교과서와 참고서는 여전히 학교 교육의 기본 축이다.
다만 책만으로 출판사의 역할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출판사들은 교재를 넘어 수업자료, 평가도구, AI 교육자료, 교사 연수, 수업 커뮤니티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교사와 얼마나 자주 만나고, 교실 안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새 경쟁선이 됐다.
동아출판도 1945년 설립 이후 교과서와 참고서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교육 콘텐츠 기업이다.
최근에는 교사 대상 수업 지원 플랫폼 두클래스를 앞세워 수업자료 제공, 평가 지원, 디지털 수업 도구 운영 등으로 학교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두클래스 플랫폼을 교사 연수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교재를 알리는 자리보다 수업 설계와 디지털 도구 활용법을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교사 세미나의 장점은 ‘내일 수업’에 있다
교사 대상 세미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다른 의미도 있다. 교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내일 수업에 바로 붙일 수 있는 활동, 질문, 자료, 운영 방식이다. 실습형 세미나는 이 간극을 줄인다.
그림책편은 환경교육과 예술 활동을 연결했다.
고등 수학편은 AI를 수학 수업의 실험 도구로 바꿨다. 초등 사회편은 학생 흥미와 참여를 높이는 수업 설계, ZEP QUIZ 활용 사례를 통해 사회 과목을 활동형 수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교과별 사례가 구체적일수록 교사는 자신의 수업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
교사 혼자 새로운 도구를 익히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AI와 에듀테크 도구는 기능보다 수업 설계가 더 중요하다. 어떤 단원에 붙일지, 어떤 질문으로 시작할지, 학생 활동을 어떻게 끌어낼지, 평가와 피드백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출판사 세미나가 단순 제품 설명을 넘어 실제 수업 장면을 보여줄 때 효과가 커지는 이유다.
다른 출판사들이 연구대회, 온라인 강연, 에듀테크 연수, 교사 콘텐츠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업 사례를 모으고, 이를 다시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는 교사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혼자 찾고, 혼자 만들고, 혼자 검증하던 수업 자료가 교사 네트워크 안에서 공유되면 수업 준비의 부담도 줄어든다.
자료 다운로드나 온라인 강연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경험도 있다.
교사가 직접 팝업 북을 만들고, AI 수학 실험실을 다뤄보고, 퀴즈 기반 사회 수업을 접하는 과정은 대면 세미나가 가진 장점이다.
교재나 플랫폼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교사가 자기 수업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장면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홍보와 연수 사이, 지속성이 가른다
물론 한계도 있다. 출판사가 여는 세미나는 자사 플랫폼과 교재를 알리는 목적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참여 교사 수, 신청 경쟁률, 실제 수업 적용률, 사후 만족도 같은 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면 교육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한 번의 강연으로 끝나면 홍보다.
세미나 자료가 수업 안으로 이어지고, 교사 피드백이 플랫폼 개선으로 돌아가고, 지역 교사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넓어지면 연수에 가까워진다.
동아출판 자료도 이번 세미나의 기대 효과로 교사들의 수업 아이디어 확장, 교과별 현장형 수업 사례 공유, 실습형·참여형 수업 노하우 제공, 온·오프라인 교사 지원 체계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교육출판 시장은 이미 책 밖으로 움직였다.
교과서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교실은 교과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교사는 자료를 고르고, 도구를 섞고, 학생 반응에 맞춰 수업을 다시 짠다. 출판사가 그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들어가느냐가 다음 경쟁선이다.
교사 세미나는 그 경쟁의 앞쪽에 있다. 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수업을 함께 만지는 자리다.
‘두클래스 윗 미’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사들의 수업 고민을 듣고, 현장형 아이디어를 나누고, AI와 융합수업을 교실 언어로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교육출판사의 미래는 더 많은 책을 찍어내는 데만 있지 않다.
교사가 내일 수업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한 장의 활동지, 하나의 질문, 하나의 수업 흐름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