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개편 6개월 만의 ‘리콜’… 민선 9기 첫날 예비차 6대 전격 투입
‘평균의 함정’에 가려진 민생 불편… 직통 노선 없애자 주민들 이동권 박탈
수송분담률 반토막인데 재정지원 3배 폭등… “노선 복원 넘어 손익 공개해야”
‘평균의 함정’에 가려진 민생 불편… 직통 노선 없애자 주민들 이동권 박탈
수송분담률 반토막인데 재정지원 3배 폭등… “노선 복원 넘어 손익 공개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지난해말 단행된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의 후유증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바로잡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행정 공급자 중심의 노선 효율화가 시민 체감 이동권과 충돌했는지를 다시 따져보게 하는 첫 번째 리콜 조치에 가깝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1일 취임 직후 첫 민생 행보로 울주군 청량읍 덕하공영차고지를 찾아 이날부터 운행을 재개한 126번 버스에 직접 탑승해 시민과 대화할 예정이다.
효율에 갇힌 ‘행정의 평균값’, 시민의 이동권을 지웠다
126번은 동구 꽃바위에서 남구 야음·수암동을 거쳐 울주군 남부 생활권인 덕하까지 잇는 중추적 노선이다. 동구와 남구, 울주군을 원스톱으로 연결해 주던 이 노선은 지난해 12월 울산시가 27년 만에 추진한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과정에서 폐지됐다.
당시 울산시가 내세운 명분은 ‘운행 효율화’였다. 장거리·굴곡 노선을 직선화하고 중복 구간을 정리해 정시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개편 이후 울산시는 하루 운행 횟수가 늘고, 평균 배차간격이 1분 줄었으며, 일평균 이용객도 5,100여 명 증가했다는 지표를 발표하며 성공적인 개편이라 자평했다.
그러나 행정이 제시한 ‘평균의 숫자’는 특정 생활권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통증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전체적인 수치는 개선됐을지언정, 오랜 기간 삶의 축이었던 직통 노선이 하루아침에 끊기면서 덕하·야음·꽃바위 일대 주민들은 환승의 피로와 대기 시간 가중이라는 불편을 오롯이 떠안았다.
행정의 계산기와 시민이 체감하는 이동 시간 사이에 심각한 간극이 벌어진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환승은 단순한 이동 변화가 아니다… 기회비용은 모두 시민 몫
직통 노선이 사라지면서 발생한 손실은 단순한 교통비로만 환산되지 않는다. 출근길 직장인에게는 지각의 위험이고, 교통약자인 노인과 학생에게는 이동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생존권의 문제다.
울산시와 민간 버스업체는 노선 효율화와 운행거리 단축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그 효율로 생긴 이득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는 불투명하다. 업체별로 얼마의 비용을 아꼈는지, 재정지원금 정산에는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한 세부 자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과 업체의 예산 절감 비용은 시민들이 대기 시간과 교통 불편이라는 ‘기회비용’으로 대신 지불한 꼴이 됐다.
| 울산 시내버스 126번 노선 운행 정보 및 복원 계획 |
| · 운행 구간 : 동구 꽃바위 ~ 남구 야음·수암동 ~ 울주군 덕하공영차고지 |
| · 운행 형태 (7월 현재) : 버스업체별 예비차량 총 6대 긴급 투입 (임시 복원) |
| · 운행 횟수 및 배차 : 일일 24회 운행 / 평균 배차간격 44분 |
| · 고도화 계획 (9월 예정) : 차량 8대로 확대 배치 / 배차간격 34분으로 단축 |
‘수송 분담률 반토막, 보조금 3배’… 버스 행정 투명성 검증대 올랐다
126번의 폐선과 부활은 울산 시내버스 재정 구조의 모순을 정조준하고 있다.
울산의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은 2015년 19.4%에서 지난해 10%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버스의 교통 분담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울산시가 버스업체에 쏟아부은 재정지원금은 500억 원대에서 1,600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폭등했다.
이 같은 역설적 수치는 126번 복원을 단순한 민원 해결용 선심성 행정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정작 시민들이 애용하는 생활 노선은 사라지고, 적자 보전이라는 미명 하에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현 구조에 지역 사회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선 결정권과 재정지원 정산 시스템, 업체별 정확한 운송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028년 전면 개편 예고… 노선표 복원 아닌 ‘손익계산서 공개’가 핵심
울산시는 126번 복원을 시작으로 오는 9월 123번·307번, 12월 327번·482번 노선을 순차적으로 되살릴 계획이다.
혼잡도가 높은 노선의 수송 능력도 강화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2028년 새 노선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버스 준공영제나 공영제 전환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단순히 몇 개의 노선을 부활시키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대중교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126번이 왜 무리하게 사라졌는지 그 원인을 끝까지 규명하는 일이다. 폐선 결정 당시의 수요 분석 데이터, 시민 불편 예측 보고서, 그리고 개편 이후 실제 접수된 민원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매년 1,6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시민들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노선표의 복원이 아니다. 그동안 감춰져 왔던 버스 행정의 ‘손익계산서’를 시민 앞에 명백히 공개하는 것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