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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보다 고마운 건 내 얘길 들어준 청춘의 귀였습니다”

‘맹호부대’ 문동호 옹의 울림… “전쟁터 총성보다 무서운 건 잊히는 것”
참전용사와의 특별 대화. 사진=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참전용사와의 특별 대화. 사진=김양훈 기자

국가를 위한 청춘의 헌신을 증명하는 것은 가슴에 달린 번쩍이는 훈장만이 아니다.

고령의 영웅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화려한 물질적 보상이 아닌, 자신들이 지켜낸 다음 세대가 자신들의 기억을 ‘잊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지난 21일, 인천 남동 어울림광장에서 이 특별한 ‘기억의 릴레이’가 펼쳐졌다.
신천지자원봉사단 인천지역연합회가 주최한 ‘호국보훈 효잔치’에는 월남전 및 6·25 참전유공자를 포함한 지역 어르신 148명과 청년 봉사자 141명이 마주 앉아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는 소통의 식탁을 마련했다.

“스무 살 정글의 사투… 기억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


이날 행사의 중심에는 1960년대 후반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장의 포화 속을 누볐던 문동호(80·인천 연수구) 옹이 있었다.

문 옹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20대 대학생들의 손을 잡고 사선(死線)을 넘나들던 정글에서의 기억을 담담히 풀어냈다.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베트남 정글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책임감과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버텼습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거창한 보상이 아닙니다. ‘전쟁터의 총성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청춘과 헌신을 그저 한 번쯤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생의 가장 큰 위로를 받습니다.”

문 옹의 생생한 구술은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역사를 청년들의 삶 속으로 전이시켰다.

현장에 참여한 대학생 김모(26) 씨는 “나와 같은 나이에 생사를 다투는 전쟁을 겪으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며 “당연하게 누려온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이분들의 거룩한 희생 위에 세워진 담보물이었음을 깨달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봉사자 이모(29) 씨 역시 “교과서 속 박제된 역사가 한 사람의 삶이자 눈물이었다는 것을 정서적으로 체감한 순간”이라고 전했다.

정부 복지망의 한계… 민간 ‘정서 보훈’이 메운다

이번 만남은 고령 유공자들을 향한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단절을 해결할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가보훈부가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 따르면, 고령화 대응 및 보훈 복지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고독사 위험군 약 3,000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정서적 유대감 형성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방증이다.

구분주요 현황 및 필요성비고 (인천지역연합회 대응)
정부 정책고령 보훈대상자 고독사 위험군 약 3,000명 관리 체계 가동거시적·물리적 복지망 중심
현장 사각지대단순 물질 지원보다 '정서적 단절'과 '사회적 고립' 해소 갈망영웅들의 삶을 청취하는 스토리 보훈
민간의 역할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 및 공경 문화 확산을 위한 거점 봉사2020년부터 지속적인 소통망 구축

행사 말미, 청년들의 손을 꼭 쥔 문 옹은 “내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준 청년들이 고맙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불씨가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천지역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2020년부터 국가유공자분들을 위한 보훈 봉사를 멈추지 않고 이어왔다”며 “앞으로도 일회성 위문 행사를 넘어, 청년들과 어르신들이 삶의 지혜와 역사를 공유하는 ‘세대 공감 거버넌스’를 더욱 촘촘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핵심 포부를 밝혔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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