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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나른 ‘우편물’ 대신 ‘군민 목소리’ 배달합니다… 청송의 ‘무소속 1위’ 임재업의 아날로그 반란

화려한 퇴임식 대신 ‘소박한 소주잔’… 주왕산우체국장에서 청송군의회로 ‘인생 2막’ 출근
정당 조직 뚫어낸 ‘우체부의 기동력’… “책상 앞 행정 가라, 주민이 부르면 야간 배송도 불사”
지역 정가 초미의 관심사… 청송의 가려운 곳 긁어줄 ‘1호 조례안’ 캡슐은 무엇?
10대 청송군의원 임재업 당선인. 사진=임재업 주왕산 우체국장이미지 확대보기
10대 청송군의원 임재업 당선인. 사진=임재업 주왕산 우체국장
수십 년 동안 매일 아침 주왕산 자락의 서늘한 바람을 뚫고 군민들의 기쁨과 슬픔이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던 이가 있다.
가가호호 대문 안 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있던 주왕산우체국장이 이제 제10대 청송군의회에 입성해 우편물 대신 '군민의 염원'을 배달하는 메신저로 변신한다. 7월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임재업 청송군의원 당선인의 이야기다.

임 당선인의 군의회 진출은 지역 정가에서 일대 ‘사건’으로 통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의 촘촘한 공천 조직력이라는 난공불락의 벽을 마주하고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청송군 전체 후보 중 ‘최다 득표(전체 1위)’라는 압도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든든한 정당 마크 대신 그가 쥔 무기는 지난 35년간 청송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져온 주민들과의 ‘진심 어린 아날로그 소통’이었다.

꽃다발보다 동료들의 눈물 한 잔… 소박해서 더 빛난 퇴임


공직 생활의 마침표 역시 그답게 투박하고도 따뜻했다. 기관장 조기 퇴임에 따르는 흔한 외빈 초청 행사나 번듯한 영결식은 없었다.

임 당선인은 공식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지난 25일, 청송읍의 한 식당에서 동고동락했던 우체국 동료 및 지역 관계자 몇몇과 조촐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35년의 체신(遞信) 공직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예식 대신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눈시울을 붉힌 이 자리는, 떠나는 국장이 아닌 새로운 ‘민원 해결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진심 어린 출정식에 가까웠다.

임 당선인이 걸어온 길과 향후 행보는 청송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첫째, 그는 주왕산우체국장을 역임하는 등 35년간 청송 전역의 안방과 마을회관을 제집 드나들듯 방문하며 지역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호흡해 왔다.

둘째, 거대 조직 선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번 선거에서 군민들의 두터운 신뢰만을 바탕으로 청송군 '나' 선거구 최다 득표 당선증을 거머쥐며 이변을 일으켰다.

셋째, 화려함을 버린 소박한 송별회로 공직을 마친 그는 이제 7월 1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각오로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한다.

정당 논리 아닌 무소속 의지… “주민 호출엔 언제든 ‘야간 배송’”

그가 등원(登院)을 앞두고 던진 일성은 명료하다.

정치적 계산이나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군민의 실익’만 보겠다는 선언이다.

임 당선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5년 동안 우체국 창구에서, 또 마을 고샅길에서 군민들과 살을 맞대며 그들이 진짜 목소리를 낼 곳이 없어 답답해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전체 1위라는 성적표는 더 열심히 뛰라는 무거운 채찍질이다. 정당 구호 대신 주민이 부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튀어 가 수거해 오는 ‘특급 우편’ 같은 군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와 주민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거대 정당 소속 의원들이 중앙당이나 지구당 위원장의 눈치를 볼 때, 무소속인 임 당선인은 오롯이 청송 군민의 권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행정 경험 덕에 집행부(청송군청)의 예산 집행 구멍을 찾아내고 조율하는 ‘정밀 돋보기’ 역할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청송 지역사회의 시선은 임 의원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본회의장에 제출할 ‘1호 조례안’의 내용에 쏠려 있다. 평생을 밑바닥 민심과 뒹굴어온 그인 만큼, 거창한 담론보다는 농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 밀착형 조례나 소외계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핀셋 처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편지 봉투에 담긴 소식을 전하던 청송의 우체부 임재업. 이제 그의 손에는 청송군민들의 눈물과 민원이 담긴 ‘의정 가방’이 들려 있다. 그의 거침없는 인생 2막 배달 서비스는 이제 막 막을 올렸다.


김성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n810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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