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간 초봉 12만달러 전망…기업들 “초급 일자리 일부 AI로 대체”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영학석사(MBA) 졸업생들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올해 MBA 졸업자의 초봉 전망을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고 인공지능(AI)이 초급 분석직과 사무직을 대체하면서 MBA 학위 수요 자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가 기업 채용 담당자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올해 MBA 졸업자의 중간 초봉 전망치가 12만달러(약 1억8500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의 12만5000달러(약 1억93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MBA가 아닌 다른 경영학 석사 학위 보유자의 초봉 전망은 더 크게 떨어졌다. 채용 담당자들은 이들의 올해 중간 초봉을 8만2500달러(약 1억2700만원)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망치 9만2500달러(약 1억4300만원)보다 약 10% 낮다.
◇ MBA 채용 전망도 불확실
MBA 졸업생의 취업 전망도 예전만큼 밝지 않다. 지난해 졸업 시즌 이후에는 일부 최상위권 MBA 졸업생조차 학교를 떠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해보다 MBA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GMAC 연구진은 기업들이 매년 실제보다 낙관적인 채용 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채용 담당자의 90%가 MBA 졸업생을 채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채용한 기업 비율은 88%였다. 다른 경영학 석사 학위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예컨대 지난해 기업의 74%가 금융학 석사 졸업생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채용 비율은 68%에 그쳤다.
그럼에도 MBA 졸업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아직 남아 있다. GMAC 분석에 따르면 미국 MBA 졸업생은 산업 현장에서 직접 이직하는 경력자나 학사 학위만 가진 지원자보다 높은 초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AI가 초급 분석직 잠식
기업들은 경영학 학위의 기본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서도 졸업생들의 AI 활용 역량에는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고등교육 컨설팅업체 에듀반티스의 팀 웨스터벡 공동회장은 WSJ에 MBA는 본래 컨설팅과 금융권의 분석직을 통해 경력을 시작하도록 설계된 학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로 그 분석직이 AI에 의해 구조적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웨스터벡 공동회장은 “상위 20% MBA 졸업생조차 원하는 유형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학위 시장은 영구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고는 아니지만 MBA급 일자리 시장이 영구적으로 더 작은 규모로 줄어들고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 3곳 중 1곳은 AI가 채용 계획을 재편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일부 초급 일자리가 AI로 대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고령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현상도 겹쳤다. 기존 직원의 이직과 퇴직이 줄면 신규 졸업생들이 진입할 수 있는 초급 일자리도 줄어든다.
노동전문 싱크탱크 버닝글래스연구소의 개드 레바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졸업생들이 의존하던 사다리의 아래쪽 단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금융, 컨설팅, 기술, 전문서비스 업종이 “고용 감소가 가장 큰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 유학생 취업도 더 어려워져
올해 특히 타격을 받는 집단은 미국 내 취업을 기대하고 MBA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 가운데 약 40%는 이민 정책과 H-1B 전문직 취업비자 규정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후보 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서유럽과 아시아의 경영대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 지역 기업들은 해외 인재 채용에 더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GMAC 조사에서 서유럽이나 아시아에 본사를 둔 기업 5곳 중 4곳은 추가 법적 서류가 필요한 외국인 경영학 석사 졸업생을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MBA는 여전히 미국 노동시장에서 높은 임금과 경력 전환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초급 전문직을 둘러싼 AI 대체 압력, 경기 불확실성, 이민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MBA 졸업장이 보장하던 안정적 진입로는 예전보다 좁아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