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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어도 버려진다?”… 울산 분리배출 기간 속 재활용의 진실

울산시, 29일까지 폐전지·종이팩·폐형광등·투명 페트병 집중 수거
플라스틱 재활용률 40~60%… ‘선별·경제성·품질’이 재활용 여부 가른다
재활용 선별장 내부 모습.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선별 과정. 특정 지역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여성환경연대이미지 확대보기
재활용 선별장 내부 모습.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선별 과정. 특정 지역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 여성환경연대
울산시가 지난 4일부터 29일까지 폐전지·종이팩·폐형광등·투명 페트병을 대상으로 ‘상반기 재활용품 집중분리 배출기간’을 운영한다.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고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깨끗이 씻어 내놔도 결국 소각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은 ‘절반의 사실’이다. 분리배출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재활용품이 다시 자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선별’과 ‘경제성’, 그리고 ‘배출 품질’이다.

분리배출하면 다 재활용?… 실제는 ‘선별에서 갈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구조는 배출 → 수거 → 선별 → 재활용의 단계를 거친다. 이 가운데 실제 재활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단계는 ‘선별’이다.

환경부와 관련 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플라스틱류의 경우 분리배출된 물량 중 실제 재활용 공정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약 40~60% 수준으로 분석된다. 나머지는 오염, 혼합, 낮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소각 또는 매립된다.

특히 음식물 오염이 심하거나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은 선별 과정에서 ‘잔재물’로 분류된다. 이 물량이 곧 “결국 버려진다”는 인식의 근거다.

또한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재생원료의 품질과 시장 가격이 불안정해 상당량이 열회수나 소각 처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왜 유리·고철은 되고, 플라스틱은 남나

재활용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성’이다.

유리와 고철은 단일 소재에 가깝고 시장 가격이 안정적이다. 수거·선별 비용보다 판매 수익이 크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적극적으로 회수·재활용이 이뤄진다.

반면 플라스틱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종류가 다양하고, 라벨·뚜껑 등 이질 소재가 혼합돼 있으며, 오염까지 더해지면 선별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결국 선별장에서는 ‘분리 비용이 판매 수익을 초과하는 순간’ 해당 물량이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보다 비용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페트병도 버려진다?”… ‘조건 맞아야 자원’


시민들이 가장 혼동하는 품목은 페트병이다. 결론적으로 페트병은 재활용이 잘 되는 자원이지만, ‘조건부’다.

투명 페트병은 의류용 재생섬유 등으로 활용되는 고부가 자원이다. 하지만 라벨이 제거되지 않았거나, 유색 플라스틱과 혼합되거나, 내용물이 남아 있을 경우 품질이 떨어져 재활용 단가가 크게 낮아진다.

이 경우 선별 과정에서 탈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페트병도 결국 버려진다”는 표현은 과장에 가깝고, “제대로 분리된 페트병만 재활용된다”가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울산, 구조적으로 더 취약… '민간 의존 구조 한계'


울산의 재활용 구조는 전국 평균보다도 취약한 편이다. 2023년 기준 울산의 자원순환률은 51.1%로 전국 평균(약 59%)에 못 미치며, 공공 처리 비중은 2% 수준에 그친다.

현재 울산은 재활용품 수거·선별 대부분을 민간 위탁에 의존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민간업체가 계약을 통해 처리하고, 일반주택 물량 역시 공공 선별시설 부족으로 다시 민간에 맡겨지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재활용 시장 가격이 흔들릴 경우 ‘수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실제로 2016~2018년 폐스티로폼 수거 대란 당시에도 수익성이 낮아진 민간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서 전국적으로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 구조에서는 재활용이 환경이 아닌 사업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언제든 수거 중단 가능성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선별장 구축… ‘수거 대란’ 대비 안전장치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울산시는 공공 기능 강화에 나섰다.

시는 오는 2029년 6월까지 광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을 건립해 민간 의존도를 낮추고 공공 처리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하루 110톤 처리 규모로 남구 성암동 일원에 조성되며, 총사업비 369억 원이 투입된다.

울산시는 공공선별장이 구축되면 공동주택을 제외한 재활용 물량의 약 40%를 공공이 직접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향후 재활용 시장 변동에 따른 ‘수거 대란’ 발생 시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 남구 성암동 일원에 건립 예정인 광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 조감도. 하루 110톤 규모로 조성돼 민간 위탁 중심 구조를 보완하고 자원 재활용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사진= 울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남구 성암동 일원에 건립 예정인 광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 조감도. 하루 110톤 규모로 조성돼 민간 위탁 중심 구조를 보완하고 자원 재활용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사진= 울산시


“시민 노력만으론 한계”… 인프라·시장 함께 가야


전문가들은 분리배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뿐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원순환 분야 관계자는 “분리배출은 출발점일 뿐, 실제 재활용은 선별과 가공 단계에서 결정된다”며 “자동 선별 설비 확대와 재활용 시장 안정화, 제품 설계 단계에서의 재질 단순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재생 플라스틱 가격이 영향을 받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유 가격이 낮아질 경우 신규 플라스틱이 더 저렴해지면서 재활용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양’보다 ‘질’… 울산 재활용 정책의 시험대


울산시는 지난해 폐전지 107톤, 종이팩 230톤, 투명 페트병 1,682톤, 폐형광등 86톤을 수거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 수거량이 아니라 ‘재활용 품질’이다.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보다, 얼마나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배출됐느냐가 정책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집중 배출 기간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울산의 자원순환 체계를 ‘양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헛수고는 아니다… 조건이 있을 뿐”


“열심히 분리해도 결국 소각된다”는 말은 일부 사실이지만, 전체를 설명하진 못한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제대로 분리된 것만 자원이 된다.” 유리와 고철은 구조적으로 재활용에 유리하고, 플라스틱은 품질과 경제성을 충족해야 살아남는다.

결국 분리배출의 성패는 시민의 노력과 선별 시스템, 시장 구조가 맞물려 결정된다.

울산시의 이번 집중 수거가 단순 수거량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자원순환 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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