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럼에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분석보다 얼굴 사진, SNS 계정, 사생활 추정과 같은 주변적 요소가 더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 동일 수법의 존재 여부, 범행 간 냉각기(cooling-off period)의 확인, 연쇄성 여부, 계획성과 선택성의 유무라는 본질적 쟁점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는 사건을 자극적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반면, 사회적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피의자 신상공개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행 「특정중대범죄피의자등 신상정보공개에관한법률」은 범죄의 중대성, 충분한 증거 존재,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하여 심의위원회가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재량규정이므로, 공개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 영역에 속한다. 문제는 그 재량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이번 사안에서 범행 수단의 잔인성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가 유보되었다는 설명은 다소 협소한 해석으로 보인다. 잔혹성을 물리적 훼손의 정도나 시각적 충격에 한정하여 평가하는 접근은 형식적 기준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반복적·계획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 행위가 연쇄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 위험성 평가에서 본질적 요소이다. 고의적 생명 박탈이라는 결과는 어떤 방식을 거치든 극단적으로 잔인한 것이다. 그 중대성은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고의성과 반복성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신상공개 판단의 형평성 문제는 이미 여러 사례에서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과거 ‘강남 납치살해 교사 부부’ 사건에서는 직접 살인 혐의의 법적 귀속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신상이 공개되었고, 이후 재판 결과는 살인교사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귀결되었다. 또한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신상공개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이러한 선례들과 비교할 때, 다수의 사망 피해가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서의 비공개 결정은 판단 기준의 일관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피의자의 성별이나 연령 등 속성에 따른 선택적 적용 논란 역시 제도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2017년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주범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보호되었으나, 유사 연령대의 ‘박사방’ 공범 강훈은 청소년보호법 예외 규정까지 동원하여 공개가 이루어졌다. 특정 사건에서는 예외 해석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사건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는 방식은 외부에서 보기에 자의적 판단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와 같이 미성년자에게까지 예외 규정을 적용해 공개한 전례가 있고, 살인에 이르지 않은 사건에서도 공개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이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서 비공개 결정을 유지하는 것은 판단 기준의 일관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단순한 공개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법 적용의 신뢰성 문제이다.
수사기관의 재량이 정성적 요소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법의 권위는 약화된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민은 제도적 판단 대신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사적 제재와 2차 가해가 확산된다. 물론 온라인 신상 유포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수록 비공식적 정보 유통이 강화되는 역설적 현상은 부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헌법적 가치이다. 동시에 공동체의 안전, 재범 방지, 피해자의 생명권과 존엄성 역시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다. 신상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위험 관리라는 목적을 갖는 제도인 만큼, 그 판단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기초하여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공개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판단 구조의 투명성과 일관성이다. 동일한 법 아래에서 사건마다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때, 제도는 신뢰를 상실한다. 연쇄성과 반복성이 확인된 중대 생명침해 사건에서조차 기준이 모호하게 작동한다면, 이는 재량의 범위를 넘어 예측 가능성의 문제로 전환된다. 국가가 명확한 기준과 책임 있는 설명을 제시할 때에만 법은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