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맨하탄 음대 예술인총회 성악과 음악회’는 성악가 대표로 메조소프라노 조미경이 나서고 백승아·연이슬의 교차 피아노 연주에 소프라노 백준영·백재연·국은선·조윤미·나정원·윤혜진·신일홍·심규연·이주리, 바리톤 우제영, 베이스 바리톤 강병주·김지섭이 자신의 성악적 기량, 개성을 담은 자기 의상, 노래에 담은 솔로와 상대방과의 호흡의 연기력을 과시하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유머 감각이 풍부한 미국 현대 작곡가 곡으로 연주회를 매료시켰다.
맨하탄 음대 총동문회 연주회(MSM, MANHATTAN SCHOOL OF MUSIC VOICE ALUMNI CONCERT)는 1917년 설립된 맨하탄 음대 출신의 한국 성악가들이 한 해의 성악 일정을 마무리하며 성악 발전과 내년 공연의 행운을 기원하는 잔치이다. 올해는 맨하탄 음대 예술인총회로 확장하고 귀국 10년 미만 동문 주축의 제1회 한국MSM동문회 콩쿠르 출범 브랜드가 되었다. 이날 공연은 ‘카바레 송’과 ‘아리아’로 구분 지어 교육적 역할과 열정을 같이 나누었다.
1부 카바레 송(Cabaret Song)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벨 에포크 시대의 예술적 활기 속에서 정착된 장르다. 풍요와 낙관으로 가득했던 벨 에포크(1880~1914)의 파리에서는 문학 미술 연극 음악이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표현을 실험했고, 몽마르트르의 카바레와 예술 살롱은 문화적 실험을 수용했다. 시대 분위기 속에서 카바레 송은 당대 사회의 아이러니와 감정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음악과 언어가 동등한 예술적 주체로 기능하는 비판적 무대로 확장되었다.
이야기를 품은 가사, 풍자와 유머. 일상의 감정을 담은 언어의 맛은 장르의 핵심이며, 클래식 성악 발성 위에 재즈적 리듬과 대중적 코드가 더해지면서 연기와 노래가 결합된 음악적 언어를 형성했다. 카바레 송은 ‘노래하는 배우’, ‘연기하는 성악가’가 탄생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에릭 사티. 프랑시스 풀랑크. 쿠르트 바일. 콜 포터 등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감수성과 형식을 제시하며 장르를 확장하였다. 카바레 송은 도미하여 브로드웨이와 재즈를 만나 미국 카바레 송으로 발전하며 뮤지컬의 기반이 되었다. 1부는 이러한 역사와 매력이 담긴 ‘카바레 송’의 친근하고 따뜻한 표현 세계를 담는다. 이들의 작업은 카바레 송을 공연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감수성의 저장고로 격상시키며 살아 숨 쉬는 표현 미학으로 발전시켰다.
2부는 오페라 본연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구조와 호흡을 통해 드라마를 완성하며, 성악이 지닌 시간 예술로서의 품격을 또렷이 드러낸다. 다양한 언어의 아리아와 중창은 각 언어가 품은 음성적 성격과 정서가 음악 해석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1부의 친근한 서정에서 2부의 장대한 드라마의 구성은 1부의 카바레적 친밀함을 서사의 전주로 삼고 공연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음악극으로 완성하는 비평적 구조를 형성하였다.
1부 Cabaret Banquet(카바렛 연회로의 초대)는 작곡가 중심으로 2부는 성악가 중심으로 글을 편성해 본다. 이날의 연주는 Cabarret Toasts(‘카바레의 건배’, Sop.신일홍 pf.백승아) : William Bolcom 작곡의 'Amor'(사랑)과 'George'(조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노래 반, 연기 반’이라는 ‘카바레 송’과의 만남과 미국어 클래식은 낯섦을 털고 점차 익숙해졌다.
볼컴의 'Amor'는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고 일상의 감정과 아이러니 속에서 포착하며, 간결한 선율과 리듬 속에 복합적인 정서를 압축해 내었다. 성악의 선은 육감적으로 다가오며 재미있게 말하듯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재즈적 어법과 고전적인 균형 감각이 교차해, 가사의 뉘앙스를 세밀하게 부각했다. 그 결과 곡은 사랑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인간 감정의 불완전함을 미묘하게 드러내는 볼컴 특유의 성찰적 유머가 돋보이는 소품으로 완성되었다.
볼컴의 'George'는 인물의 개성과 심리를 음악적으로 세공한 캐릭터 노래로 서사적 존재감을 획득한다. 리듬의 미묘한 비틀림과 대화체에 가까운 노래는 말과 노래의 경계를 흐리며, 인물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이 작품은 볼컴이 지닌 폴리 스타일 측면의 감각이 인물 묘사라는 목적 아래 절제되게 작동하며, 소규모 형식 안에서도 극적 밀도를 유지하는 작곡가임을 증명하였다. 청중은 서정적 음악의 흐름 속에서 그와 직접 마주하는 듯한 친밀한 경험을 하게 된다.
The stranger's Banquet(‘나그네의 연회’)는 쿠르트 바일(Kurt Weil) 작곡의 'Speak Low'(낮은 목소리로 말해요)·'September Song'(9월의 노래)(Bar.우제영 Pf.백승아), 'Youkali'(유칼리 낙원)·'I'm a Stranger Here Myself'(저도 여기는 처음이에요)(Sop.백준영 Pf.백승아)로 구성된다. 동일한 피아니스트에 성악가가 둘이다.
'Speak Low'는 사랑의 순간이 지닌 덧없음을 절제된 선율과 낮게 가라앉은 화성으로 포착한 내밀한 긴장의 노래다. 재즈적 어법과 유럽적 서정이 교차하는 이 곡에서 성악선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속삭이듯 전개되며, 시간의 흐름에 대한 불안과 애틋함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Speak Low'는 뮤지컬 인기곡을 넘어, 침묵과 여백마저 음악적 표현으로 끌어안는 바일 특유의 성찰적 서정이 응축된 작품으로 남는다.
'September Song'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화자가 시간의 유한함을 담담히 응시하는 절제된 감정의 노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선율 위에 실린 무거운 리듬은 삶의 무게를 상징하듯 느리게 흐르며, 가사의 철학적 성찰을 더욱 또렷하게 부각한다. 이 작품은 인기 뮤지컬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품어, 바일 음악이 지닌 시대 초월적 울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Youkali'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탱고 리듬 위에 씁쓸한 서정으로 풀어낸다. 경쾌해 보이는 외피와 달리, 선율과 화성에는 지속적인 불안과 공허가 스며 있어 ‘낙원’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곡은 바일 특유의 아이러니가 가장 투명하게 구현된 사례로, 듣는 이를 매혹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성찰하게 만드는 비판적 서정을 지닌다.
'I'm a Stranger Here Myself'는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을 절제된 선율과 단조로운 화성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느리면서도 리듬으로 균형 잡힌 성악선은 말하듯 노래하며, 청중으로 하여금 화자의 고독과 당혹감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이 곡은 바일의 특징인 인간 심리의 깊이 있는 관찰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은유적 성찰이 결합하여, 단순한 노래를 넘어 존재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음악적 힘을 지닌다.
'I Hate Music!(‘역겨운 음악’, Sop.백재연 Pf.연이슬)'은 레나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작곡의 'My Name is Barbara'(내 이름은 바바라입니다), 'Jupiter Has Seven Moons'(목성은 일곱 개의 달을 가졌어요), 'I Hate Music!'(나는 음악이 싫어), 'A Big Indian and a Little Indian'(큰 인디언과 작은 인디언), 'I'm a Person Too'(나도 사람이에요)로 구성된다.
'My Name is Barbara'는 화자의 개성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리듬과 선율로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 송이다. 재즈적 색채와 현대적 화성이 조화를 이루며, 성악선은 말하듯 자유롭게 흐르면서 화자의 내면적 풍자를 강조한다. 이 곡은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등장인물의 성격과 사회적 위치를 음악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번스타인 특유의 극적 감각이 돋보인다.
'Jupiter Has Seven Moons'는 유머와 과학적 호기심을 결합한 기발한 성격의 곡으로 음악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경쾌한 리듬과 다채로운 화성 진행은 우주의 신비와 변덕스러움을 생동감 있게 반영하며, 성악선은 발랄하면서도 극적 표현을 자유롭게 탐색한다. 이 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청중에게 음악적 놀이와 극적 서사의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번스타인 특유의 창의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I Hate Music!'은 어린 화자의 솔직한 반항과 호기심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악적 언어로 포착한 작품이다. 경쾌한 리듬과 장난기 어린 멜로디가 성악선과 완벽히 어우러지며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음악적 탐색과 정서적 반응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곡은 어린이적 시선과 성인적 음악적 통찰이 교차하는 번스타인 특유의 극적 감각을 잘 보여주며 듣는 이를 즐거움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A Big Indian and a Little Indian'은 캐릭터 간의 대조와 유머를 음악적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리듬과 멜로디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두 인물의 크기와 성격 차이를 청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성악선은 이야기하듯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 곡은 어린이적 상상력과 극적 표현이 결합하여, 단순한 동화적 소재를 음악적 드라마로 확장하는 번스타인 특유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I'm a Person Too'는 자기 존재와 권리를 주장하는 화자의 목소리를 경쾌하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리듬의 반복과 단순한 멜로디를 통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며, 성악선은 말하듯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감정적 강조를 놓치지 않는다. 이 곡은 어린이적 직설과 음악적 유머가 결합하여, 청중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번스타인 특유의 극적 감각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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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1부가 깊어지면 La Bonne Cuisine(‘훌륭한 요리’, Sop.국은선 Pf.백승아)은 Leonard Bernstein 작곡의 'Plum Pudding'(건포도 푸딩), 'Ox-Tails'(소꼬리 스튜), 'Tavouk Guenksis'(터키식 닭고기 디저트), 'Civet a Toute Vitesse'(초고속 토끼 스튜) 수용한다.
'Plum Pudding' : 번스타인은 전통적인 주제 발전보다는 재료를 섞는 방식의 음악적 콜라주를 택한다. 음악은 재즈적인 리듬, 신고전주의적 선율, 브로드웨이적 제스처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리듬 처리는 번스타인의 주특기, 박자는 일부러 비틀리며, 악센트는 예상 밖의 위치에 놓인다. ‘푸딩 속 건포도’처럼 음악 속 돌출 요소를 연상시킨다. 청자는 안정감을 느끼려는 순간마다 작은 장난에 걸려 넘어지고, 번스타인은 맛있게 잘 만든 장난이라는 미학을 드러낸다.
'Ox-Tails' : 묵직하고 농후하게 저음부 중심으로 전개되며 느리지만 끈적한 추진력을 지닌다. 번스타인은 스튜의 농후함 속에 불협화음과 리듬적 어긋남을 끼워 넣어, 지나친 포만감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이는 청중에게 무의식적인 긴장을 남긴다. 리듬은 마치 천천히 저어지는 냄비처럼 반복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리듬 변화는 예상치 못한 향신료 같다. 이 곡은 번스타인이 얼마나 능숙하게 물성(質感)을 음악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Tavouk Guenksis' : 앞선 곡과의 대비가 핵심. 제목부터 농담인데, 음악 역시 문화적 혼합과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중동풍 선법을 연상시키는 선율, 가벼운 타악기의 사용, 춤추듯 흔들리는 리듬이 연상된다. ‘진짜 터키 음악’ 재현 대신 서구인이 상상하는 이국적 이미지인 피상적인 동양주의적 제스처로 풍자를 완성한다. 이 곡은 음악이 농담이 될 수 있는 번스타인의 유머 감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디저트 곡은 가볍고 짧게 여운이 아닌 순간적 자극을 남긴다.
'Civet a Toute Vitesse' : 에너지 충만한 ‘전속력’의 빠른 템포와 극단적인 리듬 전개가 곡 전체를 지배한다. 짧은 음형들이 쉴 새 없이 교차한다. 번스타인은 스트라빈스키적 리듬 감각과 브로드웨이식 과장된 동작을 섞는다. 불규칙 박자와 급격한 다이내믹 변화로 속도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음악적 연극이다. 마무리는 갑작스럽다. 요리가 완성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토끼를 연상시키며 웃음을 남긴다. 번스타인은 이 곡으로 탁월한 음악적 이야기꾼임을 입증한다.
Festival Night(‘잔치의 밤’): George Gershwin 작곡(Sop.조윤미 Pf.연이슬)의 'Someone to Watch Over Me'(날 살펴 주는 그대), 'I Got Rhythm'(난 리듬을 가졌어). Ben Moore 작곡(B.Bar.김지섭 Pf.연이슬)의 'I'm glad I'm not a Tenor'( 테너가 아니라 다행이야)
'Someone to Watch Over Me' : 섬세한 감정선을 지닌 발라드로, 재즈와 예술가곡의 경계에 놓인 명곡이다. 조윤미의 소프라노는 이 곡을 독백에 가까운 서정시로 끌어올린다. 인상적인 점은 과장되지 않은 감정 처리다. 조윤미는 음을 크게 부풀리거나 브로드웨이식 감정 폭발로 몰아가지 않는다. 말하듯 부르는 프레이징을 유지하며, ‘someone’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미묘한 숨결과 여백을 남긴다. 이 절제는 곡이 지닌 외로움과 희망의 이중성을 또렷하게 한다.
'I Got Rhythm' : 거슈윈 음악의 반대 극점의 곡이다. 에너지, 자신감, 도시적 활력이 핵심이다. 성악적 과시를 피하고 조윤미는 리듬을 타고 놀겠다는 태도로 접근한다. 음정의 정확성은 기본으로 유지하되, 리듬의 탄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반복되는 구절에서 미묘하게 다른 강세를 주며, 곡이 기계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성악과 피아노가 유머 감각을 살리고, 거슈윈의 ‘경쾌한 자신감’이 과장 없이 전달되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I'm glad I'm not a Tenor' : 성악계 내부의 농담을 정면으로 음악화한다. 벤 무어 특유의 지적 유머와 연극성이 집약된다. 음악은 패러디를 넘어 ‘목소리의 정체성’으로 번진다. 김지섭은 이 작품을 자기 확신을 지닌 화자의 독백으로 풀어낸다. 낮은 음역에서의 안정감은 곡의 아이러니를 강화한다. 테너를 부러워하는 듯 말하다가도, ‘나는 나로 충분하다’. 뛰어난 가사 전달력에 자연스러운 농담이 유머를 배가시킨다. 웃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웃긴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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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2부 아리아의 밤은 Jacques Offenbach(Sop. 윤혜진 Pf, 백승아) : 'Les oiseaux dans la charmille'(‘인형의 노래’ 오페라 'les Contes d'Hoffmann'(호프만 이야기)에서)로 시작되었다. 윤혜진은 자연 배경의 인형 같은 소녀에게 찬사를 올린다. 인간적 유머 사이의 균형은 음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조립되며 인형의 자동성과 점차 드러나는 감정의 균열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백승아의 피아노는 과장 없이 리듬을 견고히 지탱하며 무대의 기민한 움직임을 살렸다.
'Wolfgang Amadeus Mozart'(B. Bar. 강병주 Pf, 백승아) : 'Tutto è disposto... Aprite un po quegl Occhi'(모든 것은 준비되었네. 세상 남자들아, 눈을 떠라), 오페라 'Le nozze di Figaro'(피가로의 결혼)에서) 강병주는 풍자와 냉소가 섞인 이 아리아의 본질을 안정된 발성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말하듯 흐르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사이의 전환이 유연해 극적 흐름이 명확하다. 피아노 반주는 지나친 개입 없이 성악의 논리를 또렷이 부각하게 시킨다.
'Wolfgang Amadeus Mozart'(이중창 Sop.심규연·나정원 Pf. 연이슬) : 'Sull'aria'(‘편지’, 오페라 'Lenozze di Figaro'에서) 두 소프라노는 호흡과 프레이징에서 섬세한 합을 이루며 편지의 은밀한 친밀감을 잘 드러낸다. 소리의 밀도와 음색 대비가 자연스러워 인물 간 위계와 감정이 음악적으로 분명해진다. 연이슬의 피아노는 이중창의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투명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Wolfgang Amadeus Mozart'(Sop.윤혜진 Pf. 백승아) :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 오페라 'Die Zauberflöte'(마술피리) 에서) 윤혜진은 고난도의 콜로라투라를 정확한 음정과 명확한 리듬으로 소화하며 분노의 에너지를 응축시킨다. 단순한 고음 과시를 넘어서 문장마다 분명한 악센트가 살아 있다. 반주는 극적 긴장을 유지하되 성악을 압도하지 않는 절제된 해석을 보인다.
'Wolfgang Amadeus Mozart'(Sop.이주리 B. Bar. 강병주 Pf. 백승아) : 'Pa-Pa-Pa-Papagena'(‘파파게노’, 파파게나 남녀 듀엣, 오페라 'Die Zauberflöte’에서) 이주리와 강병주는 밝고 경쾌한 호흡으로 이중창의 연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대화하듯 주고받는 리듬감이 살아 있어 장면의 유머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고귀한 사랑에 관한 낭만적 연기가 흥신을 부른다. 피아노는 템포 감각을 정확히 유지하며 무대의 활기를 배가시킨다.
'Jules Massenet'(Sop.심규연 Pf. 연이슬) : 'Ah! douce enfant!'(‘아! 착한 아이야’, 오페라 'Cendrillon'(신데렐라)에서) 심규연의 소프라노는 부드러운 레가토로 요정들이 가진 모든 재능과 축복을 부탁할 정도로 아이에게 쏟는 모성적 따뜻함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끝없는 연민의 정을 표현하면서도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품위를 강조한다. 피아노는 색채감 있는 화성 처리로 서정성을 안정적으로 받쳐 준다.
'Johann Strauss ll'(Sop.이주리 Pf. 백승아) : 'Mein Herr Marquis'(‘친애하는 후작님’, 오페라 'Die Fledermaus'(박쥐)에서) 이주리는 밝은 음색과 정확한 발성으로 이 아리아의 재치와 아이러니를 능숙하게 살린다. 왈츠 리듬 위에서 유연한 프레이징이 이어지며 장면의 유희성이 분명해진다. 후작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간절한 노래는 관객을 움직여 코믹한 분위기를 창출한다. 반주는 경쾌하되 지나치게 앞서지 않아 성악의 여유를 보장한다.
'Georges Bizet'(M.Sop.조미경 Pf.연이슬) : 'Habanera'(‘하바네라’, 오페라 'Carmen'에서) 조미경의 메조소프라노는 낮은 음역의 안정감으로 카르멘의 관능과 거리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빨간 부채에 검정과 빨강의 원피스로 감정을 싣고 사랑에 관한 집시 여인의 사랑가가 펼쳐진다. 리듬을 밀고 당기는 여유가 곡의 관능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만든다. 조미경의 연기가 깜찍하게 도포된다. 피아노는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도 미묘한 색채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Alfredo Catalani'(Sop.나정원 Pf. 연이슬) : 'Ebben? Ne Andro Lontana'(‘나 이제 멀리 떠나가리’, 오페라 'La Wally'에서) 나정원의 소프라노는 고요한 서정 속에 쓸쓸한 결의를 담아내며 긴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알프스의 험준한 산악을 배경으로 한 여성 왈리의 비극적 삶과 사랑이 걸린다. 감정의 깊이에 몰입하지만 음 하나하나에 감정을 배분하여 진정성이 돋보인다. 피아노는 넓은 공간감을 만들어 주며 독백 같은 분위기를 완성한다.
'Francisco Asenjo Barbieri'(M. Sop.조미경 Pf. 연이슬) : 'Canción de Paloma'(팔로마의 노래, Zarzuela 'El barberillo de Lavapiés'(라바삐에스 이발사)에서) 조미경은 스페인 국민 작곡가의 스페인 특유의 리듬과 선율을 탄력 있는 발성으로 생생하게 구현한다. 노련하게 장식적 요소 속에서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아 매혹적 가창력으로 극적 생동감을 살려낸다. 피아노는 무곡적 성격을 분명히 하며 노래의 색채를 선명히 부각한다.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를 넘어, 각 곡의 장르와 극적 맥락을 정확히 읽어내는 ‘공연의 서사적 축’으로 기능했다. 카바레 송에서는 리듬과 악센트를 날카롭게 조율하며 유머와 아이러니를 살렸고, 레치타티보적 순간과 전환부에서 보여준 타이밍 감각은 성악가의 해석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며 무대의 긴장을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피아노의 연주는 자기 과시 없이도 음악 전체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노련하고 신뢰도 높은 음악적 파트너십의 모범이었다.
'Winter Night Concert'는 카바레 송과 오페라 아리아를 유기적으로 배치, 성악가의 해석력·연기력·음악성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1부는 볼컴·바일·번스타인·거슈윈을 통해 말과 노래, 유머와 아이러니가 결합한 현대 성악의 확장 가능성, 2부는 모차르트에서 비제, 카탈라니까지 정통 오페라 레퍼토리로 성악의 본령과 깊이를 또렷이 환기했다. 출연진은 각자의 음색과 개성을 명확히 드러내면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 공연은 연말의 온기 속에서 교육적 의미와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맨하탄 음대 성악 무대의 방향성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