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다나오 종전에서 우크라이나·몽골까지 세계로 향해
민간 평화외교의 현주소...2025 성과 송년회로 마무리
민간 평화외교의 현주소...2025 성과 송년회로 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이날 행사에는 이석구 HWPL 명예이사를 비롯해 불교계 종단의 큰스님들, 기독교 지도자, 인천시의회 의원 등 종교·정치·시민사회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해 ‘초종교·초이념 평화 네트워크’의 상징성을 보여줬다.
행사장은 HWPL 인천지부 위아원 회원들이 합창한 ‘우리는 하나’ 평화의 노래로 문을 열었다. 노랫말 그대로, 이날 개소식은 종교와 이념, 세대를 넘어 평화라는 하나의 가치로 모인 장이었다.
HWPL 이만희 대표가 강조한 필리핀 민다나오 사례는 이날 행사의 상징적 배경이었다. 40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약 15만 명이 목숨을 잃은 민다나오에서, 이 대표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직접 들어가 정부군과 반군을 설득했고, 결국 종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국가도, 국제기구도 아닌 민간인이 전쟁 종식의 물꼬를 튼 사례로, HWPL이 스스로를 ‘평화 NGO’로 규정하게 된 출발점이다. 이 경험은 이후 HWPL이 세계 각국에서 펼쳐온 평화 활동의 원형이 됐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분쟁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현장형 평화외교’가 HWPL 활동의 특징이다.
신선아 글로벌09지부 인천지부장이 소개한 우크라이나 활동은 HWPL이 여전히 분쟁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침공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이어진 평화 메시지 전달, 시민 연대 활동,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 영상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전하는 동시에, 총성이 멈추지 않는 곳에서도 ‘연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한 “평화를 소망한다”는 메시지는, 전쟁이 외교와 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HWPL은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이 아닌 시민·종교·청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평화 담론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미지 확대보기HWPL의 활동은 전쟁 중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몽골에서 진행 중인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사업은 ‘환경이 곧 평화’라는 인식을 반영한 ESG형 평화 활동이다.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몽골 주민들과 함께 숲을 조성하는 활동은, 기후위기가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는 시대에 평화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몽골 주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감사를 전한 장면은, 이러한 민간 활동이 국가 이미지와 신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평화 NGO의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국위 선양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석구 HWPL 명예이사의 발언은 이날 행사의 메시지를 집약했다. 그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무기를 사고파는 것이 과연 진정한 평화냐”고 반문하며, 국제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모순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어 “각국이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하자”며, 민간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모인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평화의 씨앗을 심는 평화의 사자들”이라며, 지금의 작은 실천이 언젠가 큰 숲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행사에서는 종교 간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도 이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교회 목사는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분단 현실 속 평화의 염원을 전했고, 통일불교조계종 무량정사 주지 무각 스님은 ‘일편단심 민들레’를 평화의 메시지로 개사해 불렀다. 불교와 기독교 지도자가 한 무대에서 평화를 노래한 모습은, HWPL이 지향하는 초종교 평화 연대의 단면이었다.
이날 이석구 명예이사는 그간 평화 활동에 기여한 각계 인사 약 20여 명에게 ‘평화 공로상’을 수여하며, 인천이 앞으로 HWPL 평화 활동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HWPL 글로벌09지부 인천 사무소 개소는 단순한 공간 마련이 아니다. 민다나오에서 시작된 평화의 씨앗이 우크라이나, 몽골을 거쳐 인천으로 이어지며, 지역에서 세계로 연결되는 민간 평화 네트워크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전쟁과 갈등이 일상이 된 시대, 국경과 종교, 이념을 넘어 손을 잡자는 이들의 외침이 얼마나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날 인천 부평에서 울려 퍼진 “우리는 하나”의 합창이, 평화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화를 ‘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