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에 대한 저평가는 시장 탓 아냐
선택 않거나 회피한 전략이 만든 구조적 할인
이익 충분하고 건정성 좋은데 평가는 늘 낮아
4대 금융지주의 저평가, 냉정한 관찰의 결과
선택 않거나 회피한 전략이 만든 구조적 할인
이익 충분하고 건정성 좋은데 평가는 늘 낮아
4대 금융지주의 저평가, 냉정한 관찰의 결과
이미지 확대보기이 현상을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는 지표로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 가치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이 지표 하나만으로는 왜 이런 평가가 지속되는지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 주가가 낮다는 것은 결과일 뿐이고, 그 결과를 만들어낸 판단의 과정은 다른 지점에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저평가는 실적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이들 금융지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세 가지 지표 무엇을 말하는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함께 언론의 금융 관련 기사들에 자주 등장하는 두 개 지표가 더 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그것들이다. 이들 세 지표 모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세 단계로 나눈 것이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이 회사가 위기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쌓아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어려운 상황이 와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그 다음 질문이다. 이렇게 쌓아둔 자본을 어떻게 운영해 얼마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자본이 많다는 사실과, 그 자본으로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마지막 단계다. 시장은 이 회사가 쌓아둔 자본(CET1)과, 그 자본 운영으로 번 이익(ROE)을 종합해 “그래서 이 회사를 장부 가치보다 비싸게 살 이유가 있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주가에 최종 반영되는 것이다.
이들 세 지표를 일상에서 쓰는 말로 바꾸면 이렇다. 회사가 버틸 자본은 충분한가, 그 자본으로 돈을 잘 벌고 있는가, 그래서 시장은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들 세 질문에 대한 답이 각각 쌓아둔 자본, 그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 그 성과에 대한 시장 평가로 드러나는 것이다.
시장은 숫자보다 ‘자본의 쓰임’을 본다
그러나 자본이 충분해지는 순간, 시장의 질문은 바뀐다. 이제 묻는 것은 “안전한가”가 아니라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그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의 모습이다. 이익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자본을 방어적으로만 운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해석이 누적되면 시장은 이렇게 판단한다. “이 회사는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자본으로 미래를 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이 같은 판단이 주가에 반영된다. 때문에 낮은 평가는 갑작스러운 오해가 아니라, 4대 금융지주들의 자본 운용 방식에 대한 시장의 장기간 해석의 결과인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상황을 간단히 숫자로 확인해 보면 이 같은 평가는 그리 과하지 않다. KB금융은 위기에 대비해 쌓아둔 자본이 13%대 후반으로 가장 두텁고, 그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 역시 두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쌓아둔 자본은 13% 안팎으로 충분하며,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은 10%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우리금융 역시 자본 여력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그 자본으로 번 이익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낮고 변동성이 크다.
그럼에도 네 금융지주 모두 시장에서는 장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네 지주가 쌓아둔 자본을 운영해 번 성과에 대한 시장 평가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KB금융 0.72, 하나금융 0.59, 신한금융 0.55, 우리금융 0.49 등 모두 1 미만, 즉 장부 가치 아래의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들 금융지주가 쌓아둔 자본과 그 자본으로 번 이익이 미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쌓아둔 자본은 가장 탄탄하지만, 그 자본으로 무엇을 할지는 보이지 않는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회사로 평가받는다. 위기에 대비해 쌓아둔 자본은 두텁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검증됐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이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의 구조가 크게 달라졌느냐"라는 질문 앞에서, KB금융은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다. 이익은 안정적이지만,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성장 곡선을 만들겠다는 선택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의 평가는 “안전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로 정리되는 것이다.
신한금융: 쌓아둔 자본은 충분했지만, 어디에 집중하려 했다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신한금융 역시 자본의 절대량이나 안전성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그 자본을 어떻게 운영해 이익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메시지다. 여러 전략이 병렬적으로 제시됐지만, 어느 특정 전략으로 자본을 집중적으로 끌어가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익이 분산되면서 평가도 분산됐다. 시장은 “가능성은 많지만 선택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하나금융: 쌓아둔 자본과 이익 사이에 해외라는 연결고리는 있으나,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하나금융은 4대 지주 가운데 자본과 이익 사이의 연결 고리가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해외 사업이라는 축이 존재하고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연결고리가 그룹 전체를 재정의할 만큼 굵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는 아직 ‘엔진’이라기보다 ‘보완재’에 가깝고, 시장은 프리미엄을 붙일 만큼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쌓아둔 자본은 지켜왔지만, 그 자본으로 신뢰를 쌓지는 못했다.
우리금융은 무엇보다 자본을 안전하게 지켜왔다. 방어적인 자본 운용은 일정 부분 불가피했지만, 그 자본을 운영해 번 이익은 변동성이 컸고 일관된 개선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현재의 낮은 평가는 저평가된 기회라기보다, 아직 자본 활용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가깝다.
저평가는 숫자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4대 금융지주가 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익이 아니다. 위기에 대비해 쌓아둔 자본을 어떻게 운영해 새로운 이익 구조로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을 시장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핵심인 것이다.
자본은 충분한데 그 자본으로 번 이익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한 시장 평가가 낮다면, 이는 오해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시장은 자본의 규모 자체보다, 그 자본이 어떤 방향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고 있다.
숫자는 과거를 설명하지만, 주가는 미래를 반영한다.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미래의 그림이 제시될 때,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저평가는 구조적 한계가 아니라 극복 가능한 단계로 전환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