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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CMSS FESTIVAL Ⅳ- 가곡 발표회' 여덟 작곡가의 가곡, 한국 작곡의 향방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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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CMSS FESTIVAL Ⅳ(가곡 발표회)
67년의 전통의 창악회(CMSS, Contemporary Music Society in Seoul, 회장 김진수)가 아르코 ‘2025 창작주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9월 10일(수) 오후 일곱 시 삼십 분, 푸르지오아트홀(PRUGIO Art Hall)에서 여덟 명의 작곡가가 음악적 열정을 쏟아내는 가곡 연주회를 가졌다. 이번 연주회는 시대성에 기반을 두고 음악적으로 해법을 찾는 현대기법과 추상적 이념이 상충된 창작 무대였으며, 상이한 음악적 색채와 실제적 총체성이 전제화된 작품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가곡 발표회에서 이설민, 김정은, 엄대호, 전욱용, 홍승기, 오세일, 김천욱, 육수근이 한국 작곡과 가곡의 향방을 알렸다. 두드러지게 새로운 탄력을 유도하는 리듬구조와 무한한 연속성을 가능케 한 선율적 통로가 시각화된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독자적인 음악에 미적 정서가 도래하고 일상의 불안감을 상징적으로 묘사해 내면서 장대한 분출의 스토리와 의기양양한 희열감이 자리 잡는 무대 연출은 작곡가들의 결정적 이념을 시사하였다.

이설민 작곡의 '절벽'(테너, 더블베이스, 피아노를 위한)은 이상의 시 ‘절벽’의 상징성을 현대기법으로 풀어갔고 서로 다른 세 파트의 맥락을 하나의 이미지에 병치, 배합시킨 곡의 포인트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시·공간 표현에서 반향 기법이 인정되며 실뽑기식 선율진행은 단순하면서 불규칙적 리듬패턴을 보인다.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테너 엄세준, 더블베이스 박노익, 피아노 김재혁, 콘드라베이스 최상윤)

김정은 작곡의 '새 노래로 찬송하라'(소프라노, 클라리넷, 바이올린, 바이올린첼로를 위한)는 시편 98편의 가사를 응용하여 소프라노,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첼로로 편성된 이 곡은 시편의 운율을 따라가는 리듬과 박자감이 노래의 토대가 되며 악센트 박과 비(非) 악센트 박들이 구조를 변화하며 얽히고 섥혀 음악적 에너지를 준다. (새 노래로 여호와께 찬송하라 새 노래로 찬송하라…. 소프라노 김형순, 클라리넷 양송희, 바이올린 김나현, 바이올린첼로 오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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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창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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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민(작곡가,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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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은(작곡가, 새 노래로 찬송하라)
엄대호(작곡가, 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작곡가, 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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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욱용(작곡가, 통증)

엄대호 작곡의 '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메조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는 엄대호 창시의 판타가 형식의 현대 예술가곡으로 평안남도 순천 민요(자장 자장 워리 자장 우리 애기는 잘 두자는데…)가 바탕이 되어 조물주의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대칭적 리듬은 노래(이진영) 가사와 맞물려 음악적 액션을 정돈한다. 피아노(양수아)는 애잔하면서 곡의 특징적 이미지를 펼친다. 고전성을 넘어 원근법의 고정적 주체가 선율적 흐름을 유도한다.

전욱용 작곡의 '통증'(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은 이광석 시인이 투병 중인 시절을 그린 곡이며 바리톤(김성국)은 시에서 풍기는 느낌을 빼곡히 소화했고 타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피아노(최영민)의 2도 음정이 불협화적이며 힘있고 타악기적 리듬이 빠른 박자와 교차되면서 분노와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 곡의 주된 프레임은 통증이란 가상적 이미지를 선율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적 순서로 묶어간다. (…무통주사처럼 내 시린 가슴에/시 한 줄 남깁니다)

홍승기 작곡의 '바다Ⅱ, Ⅲ'(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는 정지용의 연작시 ‘바다’를 소재로 낭만풍 음악(노래 김성국, 피아노 최영민)이며 바다Ⅱ와 Ⅲ에서 작곡가는 즉흥적 선율 변화에 따라 바다와의 소통을 제시하였고, 일관성 있고 강력한 맥락을 유지한 리듬은 하행적 움직임과 불규칙한 상승선이 맞닿아 두 곡은 대조적이며 심원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바다Ⅱ, …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없는 모래밭// 바다 Ⅲ, … 바다 위로 밤이 걸어온다)

오세일 작곡의 '그 여름, 삼랑진역'(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는 시인 이기영의 작시로 시적 운율이 연속적이며 분명한 강세를 갖는 노래(김보람)는 동력적이고 확대된 멜로디 라인을 보이며 피아노(양수아)는 화성적 팔레트가 되어 음악적 효과는 양극적 특성을 발산한다. (그 여름 강물은/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지쳐가고/ 비밀의 봉쇄 사원처럼/ 나를 에워싸고 있었지…존재를 들키지 않고/ 낱낱이 의문으로 남고 싶었어/ 아, 그 여름 강물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어)

김천욱 작곡의 '밤하늘'(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 마기오의 시에 붙인 이 곡은 선율의 주기를 곳곳에 심어두고 도달점이 안배되어 긴밀한 연결고리를 보인다. 노래(김보람)는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도착점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피아노(양수아)의 불규칙한 리듬 처리, 낮은 음색과 느린 속도는 지극히 암묵적이고 대비적이며 절정의 순간은 ‘밤하늘’이란 재현을 향해 편안한 사이클을 제공한다. (밤하늘엔/ 귀먹은 새가 있어/ 말없이 떠나간 그 사람과 닮았고…)

육수근 작곡의 '어머님'(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는 정성희 작시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한 복합 2부 형식의 곡인데, 애달픈 모정을 구구절절이 노래(최은석)하고 애잔하고 비감한 가사의 흐름을 잘 받쳐준 피아노(김재혁)는 고담하고 고양된 순간을 어김없이 만들어낸다. ( …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가슴이 아리고 시리도록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머니)

홍승기(작곡가, 바다Ⅱ, Ⅲ)이미지 확대보기
홍승기(작곡가, 바다Ⅱ, Ⅲ)
오세일(작곡가, 그 여름, 삼랑진역)이미지 확대보기
오세일(작곡가, 그 여름, 삼랑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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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작곡가,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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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근(작곡가, 어머님)
엄대호 작곡의 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메조 소프라노 이진영, 피아노 양수아)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의 한국민요 ‘자장가’ 주제의 FANTAGA(메조 소프라노 이진영, 피아노 양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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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기 작곡의 바다Ⅱ, Ⅲ(바리톤 김성국, 피아노 최영민)

‘2025년 창악회 Ⅳ-가곡발표회’에서 연주 담당의 MoltoNewVoice Ensemble(몰토뉴보이스 앙상블: 음악감독 김은혜)은 창작음악의 연주와 보전, 대중적 보급에 역점을 두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 단체이다. 우렁찬 팡파레와 격렬한 오케스트라가 시작을 알리듯, 한국의 창작음악 단체는 신호탄을 기다리며 지금도 참신한 내공을 쌓고 있다.
이번 가곡발표회는 음악적 에너지가 충만되고 값진 선율들이 꽃을 피운 음악 예술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표류하듯 거리감을 나타내고 음악적 동력을 안겨주며 압축된 고정형식과 자유형식의 상호작용은 이번 작품에서 괄목할 점이었다. 창악회 스타일이 공존하고 현재를 아우르며 다중적 이미지가 프로그래밍된 그들만의 창작 열풍을 기대한다.


정순영(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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