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64)] 맥간공예, 한민족의 목칠공예 기법-서양의 모자이크 기법 조화롭게 어우러져

'예맥회 정예작가전'에서 스승 이상수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수석전수자 우윤숙·이은지, 특별전수자 임경순·송경화·김명숙·배민정·김혜정, 일반전수자 허승미·서은지·이미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사제간의 전통과 기교적 독창성을 비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허청에 등록된 맥간공예연구원의 독창적인 도안기법(특허 제10-156276호)에 따라 제작된 작품들은 누렇게 익은 늦봄의 보리밭 서정을 담고 금빛으로 넘실대며 관람객의 행운을 기원하고 있다.
맥간(麥稈, 보릿대) 공예는 백송 이상수 선생이 발명(1991)하여 수원에서 활착,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미술의 한 갈래이다. 같은 해에 조직된 예맥회는 보릿대 공예 예술가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는 창시자와 전수자 다섯 명이 수원문화원 전시실에서 창립전을 연 이래, 해마다 여러 지역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맥간공예는 다양한 주제를 수용, 창작하면서 한민족의 목칠공예 기법과 서양의 모자이크 기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소지하고 있다.







우윤숙의 하루는 보릿대를 펴면서 시작된다. 눈으로 보면서 귀로 듣고 사유하는 시간이 서른 해에 걸쳐있다.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하던 그녀에게 맥간공예 작업은 놀이터의 공놀이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개장의 빛나던 황금시대와 나전칠기의 전통을 일깨우는 작업은 작가에게 깊은 울림의 도구가 되어 있다. 그녀는 금빛 속대를 펴서 도안대로 오리고 붙인 후 칠을 올리고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담는다. 염원이 깃든 작품은 소장자에게 그 의미를 심는다.
우윤숙은 맥간공예 수석 전수자로서 지금까지 개인전 3회, 주목할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전통연희부문, 2013), 아세아미술상 대상(한국문화예술연구회, 2016), 천안시 전통명인 선정(맥간공예, 2019), 서울아세아미술초대전 공예부문 초대작가(2019), 국제문화미술대전 공예부문 초대작가(2019), 한국문화미술대전 공예부문 초대작가(2019), 산둥성 국제문화산업무역박람회 초대전(2018), 루마니아 한국의 날 K-Lovers Festival 초대전 참가(한국대사관 초청, 2019), 프랑스 뚜르 박람회 전시(Foire de Tours 23, 2023) 참가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우윤숙은 도반들과 함께 준비한 전시회에서 2025년 맥간공예 신작 ‘천마도’, ‘독수리’, ‘야생마’를 선보이고 있다. 자연 소재인 보리 줄기를 이용한 맥간공예는 보리 재배 지역이 감소 되어 소재 공급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개의 화려함, 문인화의 분위기, 서예의 도도함을 소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영역의 공예품을 창조하는 맥간공예는 항구적 미술품으로서 인기를 끈다. 가구, 거울, 보석함, 병풍, 액자, 찻상, 펜던트에 걸친 맥간공예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우윤숙은 천안시 전통 명인으로서 들판의 기억을 불러 목판에 옮기고 옻칠을 입히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신화를 창조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보릿대가 빛을 받아들이면 결의 행진은 시작되고 생명을 얻는다. 생명 예찬에 걸친 보릿대 작업은 모자이크 작업의 수순을 밟는다. 그 표면에 투명한 칠을 하루에 한 번씩 일곱 번을 반복해야 작품이 완성된다. 결의 길을 내고 배치도를 그리고 긴 작업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맥간공예 전수자들은 서른한 명에 이르고 경기, 충청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릿대 공예의 비기를 오랫동안 학습한 맥간공예 핵심 전수자들의 예맥회 정기 전시회는 이번이 33회를 기록한다. 금빛으로 일렁이는 색상이 인공광의 앵글, 보릿대 결의 향방에 따라 공예 작품으로서의 격조를 갖추게 된다. 조각과 다른 미감의 입체감과 미학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맥간공예는 고품격 생활공예를 지향하며 삶의 활력소로서 기능한다.
백송은 맥간공예의 형성 이치를 밝힌다. “긴 겨울을 지나 초여름 보리를 털고 남은 보릿대의 외피를 벗겨내면 대롱처럼 생긴 속대가 있다. 이 속대를 삶아 건조 시킨 보릿대 대롱을 펴면 표피 안쪽에 삶의 흔적인 결을 보게 된다. 어둠을 걷어내 세상을 밝게 비추고 만물을 생육시키는 것이 빛이라면 결은 수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이 결이 빛을 만나 음영(陰影)을 만들고 입체적 생동감을 주는 맥간공예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맥간공예는 국내외의 커다란 이슈나 계절이 스치는 때에 평화를 기원하며 동참해 왔다. 이제 맥간공예는 국내는 물론 특히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이다. 국내에서도 맥간공예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외국에서 공예가를 존중하고 공예품을 대하는 태도는 극진하다. 맥간공예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외 초대전이나 축제 초청 빈도가 잦다. 우윤숙의 '예맥회 정예작가전'이 맥간공예의 존재와 내밀한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맥간공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