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예무(禮舞)

[나의 신작 연대기(58)] 최상철 현대무용단, 공권력의 폭압과 미래의 희망 메시지를 신체 언어와 동시대 무법에 담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포스터
지난 11일, 12일 8시,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일대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재오) 주최, 플래닝 그룹 디오엠 제작, 서울문화재단 공연협력, 최상철(중앙대 무용과 교수) 안무의 '2025 Exhibition of Democracy -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예술감독 김화숙 국립현대무용단 초대이사장, 원광대 명예교수)가 공연되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하 대공분실)은 숱한 고문이 자행되어 그 이름 자체로도 공포의 대상이 된 장소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서사의 주체이자 서술구조의 축이 된다. 최상철 현대무용단의 젊은 예술가 21명은 공권력의 폭압과 민주주의의 쟁점, 미래의 희망 메시지를 신체 언어와 동시대 무법에 담아 풀어낸다. 장소 특정형 몰입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은 대공분실 내부의 층을 따라 이동하며 과거의 흔적과 역사적 진실, 민주주의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에 직면한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기억과 성찰, 현재의 울림, 미래를 준비하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 무대로 재생된다.

안무가 최상철은 대중과의 소통을 절실하게 고민하는 현대춤 작가이다. 이성과 열정을 함께 가진 예술가는 가끔 직설적 표현으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내 그의 철학을 던져놓고 해체 시켜 관객을 다른 세계로 끌어들인다. 최상철은 도발적이며 감성적인 상상력 충만의 ‘단정하면서 느낌이 있는 안무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양한 그의 공연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춤이 포진해 있다. 그의 '그들의 논쟁'은 대한민국무용대상(2023) 수상작이 되었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안무가 최상철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동시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긴장과 질문을 사유의 춤 위에서 풀어내는 작업에 집중한다.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는 프롤로그(분실동 마당) : '응시하다', 1장(분실동 2층) : '도륙된 몸과 몸', 2장(분실동 3층): '시각의 틈', 3장(분실동 4층) : 'talk to democracy', 4장(분실동 5층) : 'A garden of strange flowers', 5장(조사실 515호) : '어느 날개의 기억', 에필로그(민주광장 일대) : 'Moon/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 '응시하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오고,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민주화기념관으로 이어진 공간은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이를 딛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을 이끄는 디딤돌로 자리한다. 이 공연은 과거로 이끄는 길라잡이이면서 현존을 응시하는 인물의 실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미디어 파사드의 유동적 흐름으로 출발한다. 건물 위에 한 사내가 시대와 도시를 응시하며 앉아 있다. 관객들은 사내를 바라보며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된다.

1장 : '도륙된 몸과 몸', 대공분실에서는 극단적 관계만이 존재한다. 인간과 물질의 먹이사슬만 있고, 영혼과 육체가 도륙되었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은 다른 이와 종속적 관계 속에서 실존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의미를 달리하는 두 무용수는 폭압과 저항의 상징이지만 이들의 행위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드러내며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표현하는 불협화음도 담고 있다. 같으면서도 다른 인격 관계 속에서 고립된 실존을 접하게 된다.

2장 : '시각의 틈', 권력에 의한 일방적 지배 구조는 무미건조하며 무의식을 강요한다. 규율에 따른 획일적 체계는 결국 집단이 개인의 자유를 강제할 수 없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양상은 공감각적 표현 속에서 이미지로 관찰되고, 청각을 통해 뇌리에 기억된다. 이 공간 가운데 LED에 투영되는 영상은 현실에 대한 모방이면서 청각으로 인식되는 심상은 교감을 통해 일상의 단면을 인지하게 한다. 무용수의 몸짓은 의식을 채색하여 감각적 감정을 전한다.

3장 : 'talk to democracy', 민주주의의 정의를 사유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는 왜곡, 변질되고, 편집 되어왔다. 많은 민주 지지자의 희생 속에서 민주주의는 매듭과 풀림을 거듭하면서 성장했다. 기억할 필요가 있는 이들의 기록된 공간 속에서 현존하는 무용수들은 강한 호흡을 통해 과거 속 인물의 감정을 수용하여 심연의 분위기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이끌었다. 정제된 분위기와 감정의 응축된 분출 속에서 감정의 곡선이 시각화된다.

4장 : 'A garden of strange flowers', 열다섯 개의 조사실은 고립된 섬과 닮았다. 1층에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5층으로만 나올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이상과 현실, 소통 불가의 표상적 의미를 담으면서 16개 문에 비추어지는 다양한 미디어 영상, 자유와 갈망의 행위가 다층적 감정을 그려놓는다. 구도적 몸짓과 문턱 이미지 속에서 경계의 고뇌가 다채로운 행위로 펼쳐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적 자유를 위한 절망 속 도피구로 자리한다.

5장 : '어느 날개의 기억', 대공분실은 가치 상반의 담론만이 존재한다. 김근태 학형의 말처럼 ‘생명의 마지막 안간힘, 질식해 버릴 것 같은 공포, 아득하고 아득한 절망감’을 느끼는 곳이다. 영혼과 육신의 피폐함은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주고, 생존의 고뇌를 전한다. 날개가 있었더라면, 여성 무용수의 담담한 몸짓, 깊은 호흡, 상방(上方)을 바라보는 처연한 시선 등은 영혼을 달래는 씻김이며 현실 세계에 대한 ‘초월 의지’가 묵직하게 드러난다.

에필로그 : 'Moon/문', 옥죄는 듯한 검은 건물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은 희망과 꿈의 발현이다. 기억에 대한 치유와 살아있는 자의 있는 그대로 감정 표현이다. 역동적 영상과 무용수들의 발산과 응축의 몸짓은 실존의 본질적 가치를 이미지화한다. 삶의 여정을 담담하게 동시대적 개성으로 표현한다. 대공분실은 이제 폐쇄적 공간이 아닌 미래지향적 가치 창출의 열린 공간이며 민주화운동의 초석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이미지 확대보기
최상철 안무의 '민주주의에 말을 걸다'
최상철(중앙대 무용과 교수)
최상철(중앙대 무용과 교수)
안무가 최상철은 고문과 침묵의 기억이 깃든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침묵과 감시, 자유와 저항, 기억과 치유’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물음을 미디어아트와 협업하여 어우러진 여러 개의 장면으로 풀어냈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독특한 건축적 구조와 마주한 무용수들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말하는” 몸 언어를 통해 과거를 환기하며 현재를 사유한다. 무용수들은 한국의 현대 민주주의가 맞이한 다양한 쟁점들을 역동적이고 철학적인 몸짓으로 표현했다.

최상철은 민주주의가 단순한 제도나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삶의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이 공연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공동체적 기억과 미래의 참여자임을 몸을 통해 깊이 체험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현대미술작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황선정의 감각과 인지를 확장하는 예술적 실험을 바탕으로 특유의 융합 매체 형식의 다 감각적 환경, 비디오 작업, 설치, 퍼포먼스, 음향 시각화, 사운드 작업 등을 존중하고 수용다.

현대무용가 최상철은 공간에 인물의 역사적 실존의 의미를 확장하고, 벽 이면에 숨어있는 끔찍한 상흔의 사연들을 상상적 영상으로 배치한다. 분실동 마당에서 시작하여 1층에서 5층까지를 관통한 한국 고문사(拷問史)가 양파 껍질이 벗겨 나가듯 벗겨지면서 관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안함을 감내해야 한다. 두꺼운 대문을 두드리자, 희망을 받아낸 바닷물이 사방에서 물결치고, 새로운 세대는 희망으로 가득 찬 춤을 추어댄다. 민주화운동은 광복 운동에 버금가는 일이었음이 밝혀졌다. 안무가 최상철은 독창적 아이디어와 협업의 가치로 작품의 품격을 보여 주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옥상훈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