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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옥 안무·출연의 '살풀이춤_홀연', 미학으로 승화시킨 별리의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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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옥 안무·출연의 '살풀이춤_홀연'
눈물이 비로 번지던 날/ 문밖에 걸린 조등(弔燈)/ 벌써부터 정해진 이름이 싫다더니 누워버렸다/ 누가 그려 넣었는지/ 하늘에 펼쳐진 바다 더없이 푸르건만/ 무심한 듯 소탈하고 자유롭게/ 한과 멋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던/ 선인先人들의 길 위에서/ 신명을 따라/ 한도 흥도 풀어내며/ 홀연(忽然)히 길을 떠난다/ 마음에 이는 ‘홀연’
을사년 4월 15일(화) 오후 7시 30분, 국립정동극장 세실(대표이사 정성숙)에서 우리 시대의 전통춤 ‘독각(獨覺) 그리고 득무(得舞)’를 슬로건으로 내건 세실풍류가 두 번째 춤 단락을 맞아 임성옥 안무, 출연의 '살풀이춤_홀연(忽然)'을 영접했다. 살풀이춤에 대한 사유를 움직임으로 조형화한 작품은 살품이춤 재해석의 창작 과정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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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옥 안무·출연의 '살풀이춤_홀연'

임성옥은 근대춤의 거장 한성준의 맥을 존중하며, 거침없이 전통춤 발전에 매진하던 강선영, 정성들여 전통춤을 다듬은 정재만 스승으로부터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을 배우며 행복한 시절을 보낸 한국무용가이다. 푸르던 시절의 꿈, 언젠가 ‘자신의 삶’이 응축된 살풀이춤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상이 춤이고 오가는 경계가 없었던 자유 영혼의 예술가 정재만, 예술과 정치라는 영역을 오가며 자신의 춤 세상을 담대히 만들어낸 여걸 강선영.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 탐구로 차원이 다른 탁월한 춤 예술에 순간마다 혼신을 다한 김백봉. 임성옥은 민족혼이 담긴 예술가들의 정신과 맥을 뿌리로 긴 호흡을 가다듬고 수건을 들고 사유한다.

출연자 임성옥은 어느 날 군더더기 없이 홀연(忽然)히 떠날 날을 꿈꾸며 자신의 서툰 첫발을 내딛던 날을 기억해 낸다. 역사를 따라 흐르는 민족의 신명이 담긴 시나위에 밀고, 달고, 맺고, 푸는 기경결해(起輕結解)에 내재된 자연의 순리를 수건에 녹여 한과 비애를 환희로 승화시킨다. 애절함, 비통함 같은 수사는 구음과 수건의 운용으로 처리된다.

임성옥은 '살풀이춤_홀연'을 경작하면서 깊고 짙게 ‘살풀이춤’을 사고하며, 짧은 시간 속에 짜임새 있는 독무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임성옥 춤의 인상은 기하학적 조명 변주, 감색 저고리 짙은 녹색의 치마, 수건·동정·버선의 백색, 황금빛 옷고름에 걸친 색상의 구사, 구음의 사운드를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음악은 살풀이춤에 기본을 두고 연주자 한 명이 정주, 구음, 장구장단을 연주하며 춤 연희자와 서로 교감을 이루어 의식을 치르는 형식으로 구상되었다. 장단은 무박에 연주자가 구음과 정주를 연주하고, 춤이 시작되면서 느린굿거리부터 점점 빨라지면서 자진모리로 진행되고 마지막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무박에 구음과 정주로 마무리된다.

죽음은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하고 가슴 저리는 슬픔을 오래도록 남긴다. 안무가 임성옥은 사랑하는 모친의 죽음으로 삼년상(喪)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녀는 부고를 때마다 ‘삶과 죽음이 너무나 가깝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풀이춤_홀연'은 문상가는 걸음과 제의적 몸짓으로 시작하여 훌훌 털어내고, 풀어내는 구성을 소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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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옥 안무·출연의 '살풀이춤_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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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옥 안무·출연의 '살풀이춤_홀연'

임성옥은 스승들에게서 물려받은 예술혼과 춤 유산을 올곧게 계승하고 작품의 학술적 연구를 통해 시대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며 미래로 이음하는 중심 역할자이다. '살풀이춤_홀연'은 2022년에 새로운 전통춤 레퍼토리가 되었다. 의상 디자이너 이미현은 의상과 장신구가 화려한 기존의 살풀이춤 의상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의 본뜻에 밀착했다.

임성옥(김백봉부채춤보존회 회장)은 ‘대평무’ 이수자로서 경희대, 한예종(전문사)에 출강하고 있다. 그녀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공연에 출연했고, 안무·기획·감독으로 폭넓은 활동과 공교육을 통해 수많은 후학을 양성해 왔다. 스승 김백봉에게서 예술, 삶의 가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학습했다. 정재만과 강선영에게 전통춤 어법을 사사했다.

임성옥은 CID-UNESCO 태평무 지도교수·경희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그녀는 언급된 경력 이외에도 김백봉춤보존회·강선영춤보존회·무용역사기록학회 부회장, 우리춤협회 부이사장, 대한무용협회 상임이사, 한국춤협회 상임이사, 한국춤협회 한국무용제전 운영위원,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인탱크 운영위원·공연감독으로서 전통춤계의 핵심 자원이다.
임성옥은 김백봉의 분신이 되어 신무용, 사람과 자연 주제의 춤에 몰입하여 예술가로 살아가도록 등대가 되어준 스승 김백봉, 오금의 맛과 멋, 흥겨움의 ‘승무’, ‘살풀이’, ‘태평무’를 깨우친 정재만, 강선영을 늘 기린다. '살풀이춤_홀연(忽然)'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임성옥의 시적 상상력이 짜임새를 갖추어 기교의 몸짓으로 드러난 수작(秀作)이었다.


장석용(Chang Seok-Yong)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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