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러시아가 제재를 위반하고 중국에 LNG를 판매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러시아가 수에즈 운하가 아닌 북극해를 통해 LNG를 운송했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운송 기간을 전반으로 단축할 수 있어서다. 기존의 수에즈 운하 경로라면 20일이 소요되는 데, 북극항로를 이용해 약 10일이 소요됐다. 운송 기간아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해양 생태계 악화시키고, 지정학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살 수 있다.
지난 1월 가즈프롬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서쪽 약 100마일 떨어진 러시아 발트해 연안에 포르토바야 LNG 공장을 열었다. 이 공장 지난해 EU 제재로 철수한 독일 린데(Linde)의 도움 없이 독자로 완공해 9월에 가동을 시작했다. 이 시설은 원래 현재는 없어진 노드 스트림 파이프라인 시스템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포르토바야 공장에서 가스를 빼내 수출하는 것이다.
선체와 프로펠러, 추진 장치 등 주요 부위에 얼음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한 구조를 갖추고 빙하가 있는 해역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벨리키 노브고로드호가 포르토바야 공장에서 생산한 LNG를 싣고 북극해를 통해 중국 탕산 LNG 비축고로 향했다. 북극항로가 추운 겨울에 들어가면 운항이 불안정할 수 있다.
가즈프롬은 2023년 8월 22일 러시아의 북극해 포르토바야에서 생산된 LNG를 중국의 탕산으로 운송했으며, 첫 LNG 운송량은 약 17만 톤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중국과 2022년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즈프롬이 중국 국영 에너지 대기업 CNPC에 연간 1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직 LNG에 대한 구체적 계약 관계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에 수출하는 러시아의 LNG 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10~2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으로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에 이어 LNG도 수입하게 되어 천연가스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가스 수급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러시아 LNG를 수입하면서 글로벌 LNG 수급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활용 강화
북극항로는 유럽, 러시아와 아시아를 10일이나 빨리 연결하는 해운 수송로로 그간 러시아는 이 항로 개척에 큰 애착을 보여왔다. 러시아의 식량, 석유, LNG 가스를 이 항로를 이용해 수출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중 항해 개발을 포함해 러시아 북극해 항로 교통량을 늘리는 데 최우선 과제를 두었다. 현재 이 항로는 연간 약 3500만 톤을 처리하는데, 2031년까지 이를 2억 톤으로 늘리고자 한다.
그간 추운 기간에는 얼음으로 덮인 바닷길을 열기 위해 대형 쇄빙선의 호위가 필요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항로 개척의 실제 이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 변동으로 북극해 얼음이 과거보다 덜 얼고 올해 무더위로 얼음이 많이 녹자 러시아는 기후 변동을 이용해 올해 항로 개척에 열을 올렸다.
최대 선적량이 15만 톤에서 20만 톤에 이르는 표준 케이프사이즈(Capesize) 벌크선이 최근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과했고, 최대 선적량이 10만 톤에서 12만 톤에 이르는 유조선으로, 얼음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된 아프라막스(Aframax) 유조선도 첫 통과가 이뤄졌다. 이번에 LNG 선박도 통과해 벌크선, 유조선, LNG선이 모두 북극항로를 통과하게 됐다.
북극항로 확대가 초래할 문제점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 개발은 환경 측면에서는 북극해의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을 줄이고, 해수 온도를 상승시켜 기후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선박의 연료 유출, 폐기물 배출, 해양 사고 등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선박 소음과 진동이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먹이 사슬을 교란할 수도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회의론이 있다. 수에즈 운하 경로보다 수송 기간이 짧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선박의 통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연료 비용과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북극해 지역의 경제활동은 미미한 수준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의 효과가 미미할 수 있고, 북극해 대부분을 영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 다른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고, 북극해의 지정학적 지위에 대한 갈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북극해에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자원 개발 경쟁이 촉발될 수 있고, 국가 간의 갈등도 초례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 군함 등의 이동이 늘어날 경우 미국이나 자유 진영 국가들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