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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 (9)] 왜 영화는 음악을 가지고 있는가?

영화 '롤라 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롤라 런'.
상이한 시간대를 보여주는 방법엔 흑백과 컬러의 대비라든가, 대조적 배경을 활용한 몽타주가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화면의 진행으로 이루어지는 시간 층은 영화의 순수한 기술적 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의 시간 층은 줄거리와 연관되어 있어서 이야기 전개와 섞여 있는 시간적 구조를 살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위영화는 순수하게 물리적인 의미에서 화면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돌비(Dolby) 사운드 시스템의 도입이 영화관의 판도를 뒤집었다. 극장 전체를 둘러싼 스피커를 통해 섬세하고 강력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돌비 사운드 시스템은 조지 루커스 감독의 <스타워즈>로 큰 화제가 되어 막강한 돌풍을 몰고 왔다. 실제 음악에는 단순한 현장 음악에서부터 영화 줄거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음악까지 응용될 수 있다.

조지 루커스 감독은 뮤지컬과 오페라, 영화음악 등을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강조했으나, 뮤지컬과 오페라 영화에 사용된 것은 실제 음악이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것은 주석 음악이다. 배경 음악은 다이제틱과 비다이제틱 음악으로 구분되며 전자는 음악의 발생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후자는 해설과 같이 외부에서 발생하여 시각적으로 발생지가 확인 불가능한 음악이다.

배경 음악은 시간과 장소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조용히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준다. 이야기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분위기의 변화를 예시하거나 극적 반전을 암시한다. 관객은 사건의 변화나 반전에 대한 예감이 음악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개될 이야기의 방향은 짐작한다. 영화는 배경 음악이 없어서 외면당했다가 음악이 부가된 후 전설이 된 적도 있다.
영화에서 두 장소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실례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와 톰 티크베어의 <롤라 런>을 들 수 있다. 스크린을 반으로 나누어 같은 시간대의 다른 장소를 보여주는 기법이다. 대사가 불필요한 극적 상황에서 색다르게 쓰인 기법인데 전체적으로 장식적이지만 현장감을 준다. 시간 격차를 이루는 방법엔 적합하지 않지만, 짧은 재생 타임에 어색한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음악은 영상의 감정 표현을 심화시켜 관객에게 강한 시너지를 준다. 화면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 묘사가 단순히 추상적이지만 음악은 실제로 관객의 정서에 호소하여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음악과 영상을 결합하는 힘은 근본적으로 음악에 있다. 음악은 영상 자체가 명백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적합한 주석을 달며, 시각적으로도 넉넉하고 감춰진 의미를 전달한다.

커트 런던(Kurt London)은 시간예술로서 영화는 리듬의 인식이 우선이며 이때 청각적인 리듬의 이해 없이는 영화를 하나의 형태로 인정하기 힘들고, 음악은 결코 예술적 욕망이 빚어낸 산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시각적으로 볼 때 모든 움직임은 소리나 청각적 리듬 없이 예술적 형식으로 이해되기 어렵고, 무성의 볼거리들, 마술과 팬터마임, 서커스와 리듬체조 등이 음악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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