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방음 상자가 너무 커서 이동시킬 수 없었다. 짧은 팬(PAN) 이상의 카메라 움직임은 불가능했고, 배우 역시 대사 녹음을 위해 지정된 장소에서 이탈할 수 없었기에 쇼트의 구성은 제한을 받았다. 이 문제는 이후 카메라 몸체만을 담는 작은 덮개와 붐(boom)이 설치되고 머리 위에 마이크를 사용함으로써 해결되었다. 덮개는 카메라의 확장된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고, 마이크는 배우들의 동작을 수월하게 따라 가게 했다.
주제가를 먼저 홍보하거나 잘 인식되는 곳에 위치시키는 등 주제곡과 영화의 상업적 흥행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현대에도 흔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실례는 빈번하고 할리우드에서 주제가 붐이 1950년대에 들어서 시작된 것도 불가청성의 원칙 때문이다. 고전 영화가 막을 내리기 시작한 1950년대 들어 일어난 할리우드의 주제가 붐은 영화와 음반 산업의 밀착으로 가능했다. 사운드트랙을 상품화하고 성공시킴으로써 영화 산업의 흥행에 많은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엔드 타이틀 음악은 극의 마지막 장면에 자주 쓰인다. 보편적으로 장면의 갈등 요인은 각각의 음악적 주제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런 갈등이 해소되기 마련이다. 음악적으로 선택된 하나의 핵심과 연관된 주제곡으로 엔드 타이틀 음악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엔드 타이틀 음악은 오프닝 타이틀 음악과 같은 주제를 사용해서 (제시부-발전부-재현부) 즉, (A-B-A)의 형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전통에 근거하여 영화와 음악은 자연스럽게 결합 되었다. 영화음악은 고전 시대의 할리우드를 정점으로 라이트 모티브의 사용과 음악적 필요성보다는 극적 효과를 위해 음악이 실행된 점이 주목된다. 영화음악은 바그너 오페라의 영향도 크게 받았는데, 동기의 발전보다는 동기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점인데 이것 또한 영화가 음악극의 선례를 답습한 하나의 결과이다. 소리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로 음향이나 음높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색(Timbre)이다. 이는 어떤 소리의 질감이나 느낌을 묘사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소리의 질감과 느낌을 묘사하는 사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미건조하거나 촉촉하다, 비음이 섞였거나 맑고 투명하다, 어떤 음악이 달콤하거나 불안하고 신경질적이다.’ 등의 표현은 주로 음색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배경음악은 대사의 뒤편에 연속적으로 들리면서, 소리가 ‘실행된다’라는 것을 관객의 무의식 안에 확인시킨다. 음악이 없는 침묵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게 되고, 관객의 시선을 끈다. 불필요한 의미 창출을 방지하고 관객의 시선을 영화의 이야기 속에 집중시키려면, 청각적으로 공간은 연속적으로 채워져야 한다.
정순영(음악평론가, 작곡가)
